✍️ 김동완 교수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
리튬황배터리의 역사와 작동 원리
기원전 2000년 경 발견된 황(Sulfur, S)은 고대 사회에서 종교의식이나 표백, 공기 정화, 질병치료, 화기 제조 등에 사용된 기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후 17~18세기에 이르러 황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진행됐고, 황산(H2SO4)이 주요 성분으로 규명되었습니다. 또 1894년에는 미국인 화학자 허만 프라쉬(Herman Frasch)가 개발한 프라쉬법(Frasch method)으로 황 광상에서 황을 추출하기 시작했죠.
지각의 약 0.06%를 차지하는 황은 자연계에서 화석연료나 석탄, 천연가스에 포함되기도 하고, 단일 원소 상태 또는 철, 구리, 아연 등 주요 금속과 화합물 형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리튬(Lithium, Li) 금속과 황의 화학적 조합(2Li + S → Li2S)은 1962년 헐버트 대뉴타(Herbert Danuta)와 울람 줄리어스(Ulam Juliusz)에 의해 최초로 특허가 출원되면서, 새로운 전지 기술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전해질 부산물의 비가역 생성문제로 1차 전지로만 사용되다가, 1980년대 후반 들어 다이옥솔레인(Dioxolane) 등의 용매가 추가된 개량 전해질이 개발되면서 2차 전지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리튬황배터리(Lithium–Sulfur battery)는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리튬이온배터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2,600Wh/kg의 에너지밀도를 제공하고, 실용적인 셀 수준에서는 500 Wh/kg에 도달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또 리튬황배터리는 풍부한 원재료, 가격 경쟁력, 낮은 환경적 영향, 이차전지 경량화 및 장시간 사용 등의 장점이 점진적으로 부각되고 있죠. 이에 기술 발전과 더불어 실험용 항공기에 사용될 만큼 실용성을 갖추게 됐습니다.

리튬황배터리의 이슈 및 기술동향
리튬황배터리가 상업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리튬황배터리 셀은 리튬 금속 음극, 유기 액체 전해질, 그리고 복합 황(S8) 양극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방전 과정에서 황은 최종 방전 생성물인 황화리튬으로 두 단계에 걸쳐 환원됩니다.
단계 1: S8(고체) → Li2S6(액체) → Li2S4(액체)
단계 2: Li2S4(액체) → Li2S2/Li2S(고체)
이러한 연속적이고 복잡한 산화–환원 전환 반응은 리튬황배터리 실용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도전 과제들을 야기하는데요. 주요 해결 과제는 아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낮은 전도도 문제 : 양극 활물질 담지량1과 관련된 황과 Li₂S의 낮은 전자 전도도가 성능을 제한할 수 있음.
(2) 부피 변화 : S ⇌ Li2S 전환 과정의 부피 변화가 기계적 응력, 리튬 이온 이동 저해 등 유발 가능
(3) 셔틀효과2 문제 : 전해질 내 리튬 다황화물(Lithium Polysulfides) 용해로 인한 셔틀효과(Shuttle Effect)로 황 손실, 자가 방전, 수명 저하 발생 가능성
(4) 리튬 음극 안정성 문제 : 리튬 음극은 불안정한 고체 전해질 계면(Solid Electrolyte Interphase, SEI)과 수지상(덴드라이트, Dendrite) 형성, 음극 박형화을 저해하는 리튬 부식 가능성 존재

현재 리튬황배터리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문제 해결 기술들이 연구·개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이온 전도성이 높고 다공성 구조3를 제공하는 기능성 황 호스트 개발, 리튬 다황화물의 흡착·고정 및 전기화학 반응 촉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소재 적용 등이 주요 연구 방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리튬 음극 SEI를 안정화하고 수지상 형성을 억제하는 인공보호층 설계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연구들은 리튬황배터리의 실용화, 상업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다양한 기업들에서도 리튬황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업화를 진행하기 위한 연구 및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고려대학교 에너지재료연구실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하여 리튬 다황화물의 가역적 전환반응을 가속화하는 복합나노구조 촉매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높은 비표면적을 가지면서 리튬다황화물의 흡착에너지4를 현저히 낮추어 리튬황배터리의 수명특성 및 충방전 속도를 높인 멕신-티타늄 산화물-카본나노튜브 복합 촉매를 개발했는데요. 5C 충전 (12분 충전) 속도에도 500 사이클 이상 안정한 수명특성을 보여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리튬 음극 표면에 불화마그네슘을 도입한 금속유기골격체(Metal-Organic-Framework, MOF) 인공보호층을 형성시켜, 고 리튬친화성, 리튬염의 해리와 효과적인 탈용매화 반응으로 리튬 수지상 형성 억제 효과 및 리튬이온 전달특성을 극대화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도 산학연구를 통하여 신개념의 리튬 다황화물 전환 촉매, 공유유기골격체(Covalent-Organic-Framework) 인공보호층을 도입한 장수명 리튬 음극 등을 개발하여 리튬황배터리에 도입, 검증하고 있습니다.
리튬황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규모 및 차세대 전략
리튬황배터리 시장은 주로 고에너지밀도 저장 솔루션에 대한 수요 증가에 의해 견인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기차(EV) 및 휴대용 전자기기 분야에서의 수요가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항공우주, 전력망 에너지 저장 시스템(Grid Storage) 등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글로벌 리튬황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3,380만 달러(USD)로 추정되며,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25.5%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액체전해질 기반 리튬황배터리의 리튬 다황화물 셔틀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고체전해질을 이용한 전고체 리튬황배터리 기술이 제시되어, 25,000회 이상의 사이클 안정성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체전해질 및 하이브리드 전해질 도입은 또 다른 기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리튬황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이론적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와 경량화를 실현할 수 있어, 같은 크기와 무게로도 주행거리 확장과 운용비의 절감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기술의 집약적 발전과 장기적인 투자, 기업의 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더해지면서, 2030년 이후 리튬황배터리가 항공우주, 전기항공기(eVTOL), 장거리 전기차 분야의 핵심 전원 기술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리튬이온배터리의 주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망간) 등을 사용하지 않고 석유 정제 부산물인 황을 활용하기 때문에 저비용, 친환경 2차 전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기조와 맞물려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주요 기술로 자리잡을 전망입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소견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 담지량 : 어떤 물질을 다른 물질에 흡착시키거나 지지체에 부착시키는 양. ↩︎
- 셔틀효과(Shuttle Effect) : 용해성 중간 리튬 다황화물(Li2S6, Li2S4 등이 리튬 금속 음극으로 확산되어, 고상의 Li2S2, Li2S로 환원 침전이 일어나는 동시에 전해질 속에서 용해성 리튬 다황화물이 재생성되어 농도구배에 따라 양극으로 재확산이 반복되는 현상 ↩︎
- 다공성 구조 : 다공성 구조란, 고체 내부에 기공(빈 공간, pores)이 3차원적으로 분포하는 네트워크 구조를 말합니다. 즉, 재료가 완전히 치밀하지 않고, 내부에 크고 작은 구멍들이 존재하여 표면적 증가, 물질 확산 통로 제공, 흡착 능력 강화 등의 특성을 갖게 되어, 리튬-황 이차전지의 양극에 적용 시, 활물질 황 입자나 리튬 다황화물을 기공 내에 포집하여 셔틀 효과를 억제하고, 황담지율 (sulfur loading)을 높일 뿐 아니라, 리튬이온을 원활히 확산시켜 고속 충방전 성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
- 흡착에너지 : 기체, 이온, 분자 등 흡착질이 고체 표면 등 흡착제에 결합하는 과정에서, 흡착제 표면과 흡착질 사이에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시스템의 에너지가 낮아지는 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