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는 전기차의 성능, 주행거리, 안정성 그리고 사용자 경험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입니다. 이중에서도 리튬 이온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효율성, 긴 수명주기를 기반으로 전기차 시대를 가능케 한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ESS(Energy Storage System), 우주항공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에너지밀도, 급속 충전, 안정성 향상 등 다양한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터리 트렌드의 현주소와 방향성은 ‘LG Tech Conference 2025’ 테크 세션에서 LG에너지솔루션 성주환 수석 연구위원의 강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성주환 수석 연구위원이 발표한 ‘전기차(EV)와 내연기관차(ICE) 간의 생존 경쟁’ 강연에서 다뤄진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 개발 현황과 미래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4대 소재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 등 4대 소재로 구성됩니다. 이 중 양극과 음극에 사용되는 활물질(Active Material)은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서, 배터리의 용도에 따라 적용되는 활물질도 다양합니다.
먼저, 양극에는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망간), 알루미늄 등의 금속 산화물이 주로 쓰입니다. 니켈은 에너지 밀도, 코발트는 안전성, 그리고 가격이 저렴한 망가니즈는 안정성에 기여합니다. 최근에는 LFP배터리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안정성과 내구성에 기여하는 철의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음극의 대표 소재로는 흑연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실리콘이 차세대 음극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순수 실리콘 기반의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향후 순수 실리콘 음극재가 상용화될 경우, 전기차의 1회 주행거리는 평균 500km에서 최대 800km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와 전기차 배터리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 일상에서 배터리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소형 IT기기부터 전기차, ESS 등 용도와 목적에 따라 적용되는 배터리의 성능과 관리 방법이 각각 다른데요. 그렇다면 스마트폰용 배터리와 전기차 배터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먼저 배터리 용량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에는 셀(Cell) 하나에 10~20Wh, 3.7~4.5V의 저전력∙저전압 배터리가 사용되는데요. 전기차에는 50~120kWh 이상의 셀이 수백에서 수천 개까지 탑재됩니다. 또한, 여러 개의 셀이 직렬 또는 병렬로 연결되어 모듈(Module)-팩(Pack) 순으로 제조되고, 300~800V의 고전압 모터를 구동합니다.
열 관리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대형 팩이 탑재되는 전기차 배터리에는 열 관리 기능이 함께 적용되는데요. 주로 팩 내부의 공기 또는 냉각수의 순환을 통해 배터리의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합니다. 이와 함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서 충·방전 상태, 발열 등 배터리의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과방전, 과열 등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은 액체 냉각 시스템과 BMS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BMS 관련 특허 보유해 열관리 시스템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은 발열 시 성능을 제한하는 스로틀링(Throttling)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발열 현상과 함께 스마트폰이 느려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 기기 손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이 자체적으로 성능을 낮추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스로틀링 기술입니다.
마지막으로 재활용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다른 용도로의 재사용 가능성이 낮은 반면, 전기차 배터리는 ESS(에너지 저장장치)로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전기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용량이 크고 출력이 높아 잔존수명이 70~80% 수준이어도 ESS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해 재활용 효율이 높습니다.
전기차 진화의 첫 걸음, 주행 거리를 잡아라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적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약 400km)를 충전 없이 주행할 수 있는가’를 전기차 주행거리 성능의 기준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400~500km 정도 주행이 가능하지만, 에어컨이나 히터의 작동, 운전습관 등에 따라 실제 주행거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500km 이상의 충분한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성능도 함께 증가해야 하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주행거리, 충전시간, 에너지 밀도 등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Premium, Standard, Affordable 세 가지 세그먼트(Segment)로 나누어 각 세그먼트별 맞춤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팩 용량과 주행거리는 2028년 기준으로, Premium 제품군은 150kWh, 750km 이상, Standard는 120kWh, 720km 이상, 그리고 Affordable은 70kWh, 490km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주행 거리 혁신을 위해 셀, 팩의 진화가 시작되다
전기차에서 주행거리만큼 중요한 성능 기준은 ‘전비’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1리터의 연료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뜻하는 ‘연비’처럼, 전비는 전기 1kWh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연비와 전비는 높을수록 더 좋은 에너지 효율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동일한 개념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차종별 일정한 크기의 연료 저장탱크를 갖고 있고 연료의 에너지 열량이 규격화되어 있기 때문에, 연비 향상을 위해서는 연료 외적인 부분의 개선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소재의 경량화와 엔진 및 타이어 성능 개선, 공기저항 최소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기차에서도 전비 향상을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한 분야의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히 전비 향상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역시 배터리 분야입니다.
배터리를 통한 전비 개선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소재 다양화를 통한 에너지 밀도 증가입니다. 즉, 가볍고 에너지 용량이 큰 소재를 적용해 동일한 부피의 배터리 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더 나아가 LG에너지솔루션은 NCMA 소재를 개발해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를 개발했는데요. 하이니켈은 니켈 함량이 60~90%로 높은 에너지 밀도를 확보할 수 있어 Premium 전기차나 대형 트럭 배터리 팩에 적용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중간 부품을 줄여 무게를 절감하고, 공간활용도를 늘려 동일 공간에 더 많은 배터리 셀을 배치하는 기술입니다.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셀 → 모듈 → 팩으로 구성되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셀을 연결하는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셀을 바로 팩에 장착하는 Cell to Pack(CTP)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CTP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는 기존에 모듈이 차지하는 공간만큼 더 많은 셀을 탑재할 수 있어 같은 공간 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데요. 전체 팩을 구성하는 부품을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하면서 제조원가도 절감해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CTP 기술은 최초의 파우치 CTP 솔루션으로 각형 CTP에 비해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약 5% 수준으로 높게 설계할 수 있어 고객별 차량에 따라 전비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셀 자체를 전기차 바디에 직접 장착하는 방식인 Cell-To-Body(CTB) 기술도 개발하고 있는데요, 부품과 공정이 더 줄어드는 만큼 전비와 가격경쟁력 모두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기차 배터리, 5분 급속 충전 가능할까?
내연기관 차량의 평균 주유 시간은 약 5분 내외입니다. 전기차에서 주유에 해당하는 배터리 충전 시간도 점점 단축되고 있는데요. 현재 많은 배터리 제조사들이 5분 내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급속 충전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5분 내에 80%의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에서 개발이 필요한데요.
우선 잘 갖춰진 충전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급속 충전을 위해서는 1,000A 이상의 전류가 필요하고, 이렇게 많은 양의 전류가 흐르기 위해서는 굵은 충전 케이블이 필요합니다. 또한, 많은 양의 전자가 빠르게 지나가면 케이블의 금속 원자와 충돌로 인한 저항이 생겨 열이 발생할 수 있죠. 이때 발생하는 열을 제거하기 위한 냉각 기술도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급속 충전을 하게 되면 빨라지는 리튬이온의 충전 속도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온이 불안정하게 안착하고, 수상돌기 모양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이 현상을 ‘덴드라이트(Dendrite)’라고 하는데요. 성능 저하나 분리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급속 충전 실현을 위한 기술 개발 현황 및 방향
5분 만에 충전되는 전기차 배터리. 상상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배터리 업계에서는 어떤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을까요?

우선 배터리의 충전 속도는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에서 좌우됩니다. 특히 활물질을 결합하는 바인더는 전극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며 저항을 일으킬 수 있는데요. 이에 빠른 충전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저항이 낮은 바인더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LG에너지솔루션은 2018년 DLD(Double Layer Slot Die Coating)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DLD는 두 가지 종류의 전극 슬러리를 동시에 코팅하는 방식으로, 바인더가 전극 내부에서 더 균일하게 분포될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온 이동성도 향상되어 전극의 저항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충전 시간이 단축되죠.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급속 충전 수준은 10분 내에 80%의 충전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배터리의 충전율이 80% 이상인 경우에는 충전 속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는 배터리의 음극 소재로 주로 쓰이는 흑연의 구조를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음극재는 주 소재인 흑연의 탄소 원자가 육각형의 모양으로 반복되는 Layer(판)가 쌓인 층상 구조로 갖춰져 있고, 이 Layer 사이 사이에 리튬이온이 안정적으로 저장되는 구조인데요.

충전율이 낮은 상태, 즉 Layer가 비어있거나 공간이 많으면 리튬이온이 빠르게 들어와 차곡차곡 쌓일 수 있습니다. 예시의 Stage 2는 배터리의 충전율이 낮은 상태인데요, 리튬이온이 저장될 수 있는 여유공간이 많아 리튬이온들이 빠르게 Layer 사이로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급속 충전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예시의 Stage 1처럼 배터리의 충전율이 높아 음극재 Layer에 리튬이온이 이미 많이 저장되어 있으면, 다른 리튬이온이 빠르게 삽입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장 자리도 부족하죠.
그래서 동일 부피에 더 많은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는 실리콘이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 음극재와 더불어 다공성 구조 전극의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다공성 구조의 전극은 더 많은 기공을 만들고 나노 소재를 전극 표면에 사용하여 리튬이온이 더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나노 소재는 표면적이 넓어 전극과 전해질 간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리튬이온의 삽입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하죠.
전기차가 이끄는 모빌리티의 미래
전기차는 탄소중립 시대를 대표하고 실현하는 핵심 이동수단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전기차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계 각국의 정책적 지원 등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그러나 무엇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전기차 성능을 결정짓는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소재 다변화와 제조 공정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배터리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이를 탑재한 전기차의 주행거리, 전비, 충전속도 등도 이와 비례하여 발전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산업의 선두 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30여 년의 오랜 업력과 세계 최다 특허를 보유한 배터리 명가로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 및 R&D 역량을 통해 배터리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오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할 배터리의 새로운 미래와 이를 통한 전기차의 혁신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