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짓는 건 양극재와 음극재입니다. 하지만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면 단락(쇼트)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이 둘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 역시 꼭 필요한데요. 오늘은 배터리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Lithium-ion Battery Separator)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분리막이란?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때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도록 막아주는 ‘벽’이면서 한편으로는 리튬이온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야 하죠. 그래서 분리막은 절연 소재로 이루어진 얇은 막이면서 동시에 미세한 구멍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좋은 분리막의 3가지 조건
분리막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둘의 접촉을 막는 ‘벽’과 리튬이온의 ‘통로’ 역할을 모두 소화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분리막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첫째, 높은 열 안정성과 전기절연성을 갖춰야 합니다.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게 되면 전기가 아닌 열에너지가 발생해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분리막이 자체적으로 기공을 막아 리튬이온의 이동을 차단해 내부 쇼트를 방지할 수 있어야 하죠. 또 리튬이온을 포함해 배터리 내부의 다른 이온들과 반응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절연성도 뛰어나야 합니다.
둘째, 기공의 크기가 균일하고 개수가 많아야 합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의 화학적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인데요. 즉 리튬이온의 흐름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통로가 되는 기공의 크기가 균일할수록, 그 개수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셋째, 얇으면서도 튼튼해야 합니다. 분리막의 두께가 얇을수록 양극과 음극에 더 많은 재료를 넣어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요. 단, 이때 분리막이 충분한 물리적 강도를 가지고 있어야 외부의 물리적 충격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건식 분리막 vs. 습식 분리막
분리막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분자 소재는 한정적인데요.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과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이 대부분입니다. 이 소재로 기공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건식 분리막과 습식 분리막으로 나뉩니다.
건식 분리막은 PE, PP 필름을 한 방향으로 잡아당기고 늘려서 기공을 만듭니다. 공정이 간단해 대량 생산할 수 있지만, 기공의 크기를 균일하게 만드는 것과 막을 얇게 만드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장치), 전기 시내버스처럼 높은 에너지 밀도가 필요 없는 영역에 사용합니다.
반면 습식 분리막은 고온에서 PE, PP에 파라핀 오일을 섞은 뒤 고온/고압으로 압출해 납작하게 만드는 방식인데요. 압출된 PE, PP 시트를 천천히 굳히면서 필름 틈에 채워져 있던 오일을 추출하면 기공이 생깁니다. 한 방향으로만 늘리는 건식 분리막과 달리 습식 분리막은 길이와 폭을 모두 늘려 기공이 균일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제조 공정이 건식보다 복잡하고 사용하는 소재도 많아 단가가 높지만, 두께가 얇아 높은 에너지밀도를 확보할 수 있죠. 그래서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 소형 배터리와 전기차 배터리 등 고용량, 고출력 배터리에는 주로 습식 분리막을 사용합니다.
SNE리서치의 ‘2020년 리튬이온 이차전지 분리막 기술 동향 및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차전지 분리막의 시장 수요를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38%에 달할 전망이며, 배터리의 소형화, 경량화, 고용량화 트렌드에 맞춰 습식 분리막의 수요가 건식 분리막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분리막의 미래
세계 분리막 시장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해결해야 될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주행거리인데요. 분리막이 얇아지면 양극재의 함량을 높일 수 있어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높아집니다. 즉, 전기차를 충전했을 때 주행거리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다만 너무 얇아지면 양극과 음극이 물리적으로 맞닿아 사고가 생길 수 있어 제조업체들은 얇으면서도 강한 분리막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강화시킨 분리막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겨줄 진일보한 분리막이 속속 등장하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