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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전략팀 연구원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 발간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 사이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0.78℃,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1.09℃ 상승했습니다. IPCC는 이러한 지구의 급격한 온도 상승은 인간의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해당 보고서에 명시하고 있는데요. 지구 평균 온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갈지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국제사회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2015년 열린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서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2℃보다 훨씬 아래로 막고, 나아가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 이후 유럽, 미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까지 탄소 감축과 탄소 중립 달성은 여러 분야의 정책에서 핵심 주제가 되었고, 각 국가들은 탄소 감축 목표를 자발적으로 정하고 발표하였죠.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대표적인 방안 중 하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최근 화석연료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여러 국가에서 관찰되고 있고, 그 변화는 특히 자동차 부분에서 두드러집니다. 유럽이 2021년 발표한 입법안 패키지 ‘Fit For 55’에서는 자동차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강화하고, 2035년부터 역 내 27개 국가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HEV)를 포함한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며, 전기차 충전소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역시 2021년 최종 입법된 ‘인프라 투자법(The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을 통해 전국에 전기차 충전망을 구축하고 통학버스를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해 예산을 배정하는 등 전기차 보급에 힘쓰고 있는데요. 실제로 2010년에 전 세계적으로 1만 7천여 대에 불과하던 전기차 보유고가 2020년에는 1백만 대를 넘어섰으며, 2014년에서 2019년 사이에는 연간 60%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전체 전기차 보유고 중 2/3를 차지하는 배터리식 전기자동차(Battery Electric Vehicles, BEV)가 실제로 얼마나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지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Hoekstra가 2017년에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생산에서 이용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Life Cycle GHG Emissions)이 디젤 자동차는 244g/km, BEV는 95g/km로 BEV가 훨씬 낮은 수치를 보여주는데요.1) 여기서 전 과정이라 함은 배터리를 공장에서 생산하는 일, 배터리에 필요한 자원을 추출하는 절차, 배터리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차량을 운행하는 행위까지 포함합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재료와 배터리의 수명에 따라 예상되는 탄소 배출량은 달라질 수 있는데요. 2019년 Buchal이 발간한 연구에서는 디젤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은 170g/km, BEV는 189g/km으로 BEV가 오히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2) 이는 Buchal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기존 연구들에 비해 3배 더 높게 보수적으로 책정했기 때문인데, 배터리 생산과정이 전기차 전 생애 탄소 배출량과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죠.
이와 비슷하게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30년까지 전기차의 생산량과 그에 따른 탄소 감축량을 예측하여 연간 보고서에 기재했습니다. IEA는 각 국가의 전기차 관련 정책이 현 상태로 유지될 때(Stated Policies Scenario)와 각 국가들이 파리협정에 발맞춰 목표한 양만큼 탄소 감축을 하고 있을 때(Sustainable Development Scenario)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주는데요.
첫 번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기차 보유고는 연간 30% 성장하며 2030년에는 전체 자동차의 10~15%를 차지하고 총 1억 4천만 대를 넘게 됩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기차 보유고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의 12%를 차지하고 총 2억 3천만 대가 넘게 되죠.
나아가, IEA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생산량이 늘면서 배터리 수요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에 생산 가능했던 리튬이온배터리(LIB) 용량은 연간 300GWh였고 실제 생산량은 160GWh이었는데요. IEA에서 제시한 첫 번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기차 공급량에 맞추기 위해서 2030년까지 필요한 배터리 용량은 연간 1.6TWh이며, 두 번째 시나리오는 연간 3.2TWh를 필요로 합니다.
전기차 이용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이용할 때와 비교하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전기차로 인한 탄소 배출 감축량은 2020년에만 5천만 톤에 이르렀으며, 이는 2019년 헝가리의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양인데요. IEA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전기차가 1/3(시나리오 1)에서 2/3(시나리오 2)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전기차를 이용함에 따라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1억 2천만 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4억 1천만 톤의 탄소를 내연기관 자동차만 이용했을 때와 비교하여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IEA는 앞서 Hoekstra의 연구에서 사용된 방법(Life Cycle GHG Emissions)을 사용하여 전기차의 생산부터 이용까지의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계산했을 때 BEV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20~30% 적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전기차가 탄소를 더 적게 배출하는, 소위 말하는 ‘친환경’ 자동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현재 사용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LIB)인데, 이때 사용되는 자원은 니켈, 코발트, 망간, 철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코발트는 니켈을 캘 때의 부산물로 나오는데, 그 양이 니켈의 5% 밖에 되지 않고 공급망이 다양하지 않아 수급이 불안정하죠. 따라서, LIB를 대체할 수 있으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소재를 개발한다면 배터리를 더 안정적으로 생산하면서 수명을 연장시켜 배터리 한 개 당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 것입니다.
배터리 재활용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인데요. 앞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가 재활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곧 폐기물 처리 문제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 사용했던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원재료 수급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입니다. 현재 영국의 패러데이 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LIB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배터리 내부 독성물질 처리, 재활용 시 경제적 효율성 문제 등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감축 목표, 그리고 이를 위한 전기차 이용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내연기관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것을 전제로 여러 국가에서는 전기차 보급을 장려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감축시킬 수 있는 탄소의 양이 많은데요. 원재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생산 공정에 드는 전력, 배터리의 수명과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더 고민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이 도입되었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앞으로 배터리, 나아가 전기차 시장에서는 제품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즉, 줄일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전기차 보급을 국가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한 전기차의 탄소 감축량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소견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1) Hoekstra et al., Creating agent-based energy transition management models that can uncover profitable pathways to climate change mitigation. Complexity 2017.
2) Buchal et al., Windmotoren und Dieselmotoren: Was zeigt die CO2-Bilanz? Ifo Schnelldienst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