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근원을 찾아서 – 구리 편

동전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함께 해왔습니다. 동전은 대부분 구리를 포함해 만들어지는데요. 동전이라는 단어 역시 구리를 의미하는 한자 ‘동(銅)’이 쓰여 구리로 만든 돈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점점 동전이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구리는 앞으로도 인류 가까이에서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배터리의 주요 소재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처음 구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8세기경입니다. 구리는 특별한 제련 없이도 자연에서 쉽게 금속 형태로 얻을 수 있어 고대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는데요. 인류가 구리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담금질과 제련기술 등이 발달하였고, 이후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이 개발되거나 철 제련법이 확립되는 등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친 금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리(Copper)는 원자번호 29번의 원소로, 원소 기호 ‘Cu’로 표기합니다.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 중에는 대략 25번째로 풍부하며 철, 알루미늄 다음으로 많이 재활용되는 금속입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이 구리를 키프로스(Cyprus) 섬에서 채굴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키프로스의 금속’이라는 뜻의 ‘키프륨(Cyprium)’으로 불리다가 이후 라틴어 ‘Cuprum’으로 불리게 되었고, 영어로는 ‘Copper’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구리는 잘 구부러지는 무른 금속으로 가늘게 늘리거나 얇게 펴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 매우 높은 열·전기 전도도를 가지고 있어 다른 금속과 합금을 만들면 더욱 단단해지는 성질도 있죠. 때문에 전선이나 주방 조리기구, 전자제품, 전기차, 난방용 배관 등 높은 전기 및 열전도도가 필요한 곳은 물론 장식품, 선박 프로펠러, 관악기, 문 손잡이, 밸브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구리는 생물이 번식하지 못하게 하는 항균성이 있어 해충을 죽이는 살충제와 곰팡이의 번식을 막는 항균제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구리는 산화되면 표면에 ‘녹청’, 즉 푸른 녹이 생기는데요. 이 녹청은 구리가 더 이상 부식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건축 지붕의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1886년에 완공된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도 구리로 제작되었는데요. 현재 자유의 여신상이 녹청색인 이유는 구리가 산화되어 색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구리는 현재 배터리의 음극 소재로도 사용되고 있는데요. 배터리의 음극재를 감싸는 전지박(Elecfoil)은 전기화학반응에서 발생하는 전자를 모으거나 공급하는 집전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집전체는 배터리를 경량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얇으면서 고용량을 위해 높은 균일도를 가져야 합니다. 이에 전도성이 높고 무른 성질을 지닌 구리를 이용해 음극 집전체인 전지용 동박을 제작하게 된 것이죠.

이렇듯 구리는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원소인데요. 전기차를 포함하여 배터리가 탑재된 전자기기가 증가함에 따라 리튬이온배터리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 현대 산업 전반의 중요 소재로써 구리는 앞으로도 많은 활약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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