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근원을 찾아서 – 니켈 편

미국의 동전들은 각각 별명을 가지고 있죠. 1센트는 페니(Penny), 10센트는 다임(Dime), 25센트는 쿼터(Quarter)인데요. 그렇다면 5센트 동전의 별명은 무엇일까요? 바로 ‘니켈(Nickel)’입니다. 구리와 니켈의 합금(백동)은 마모나 부식에 강하면서도 아름다운 은색을 띠어 세계 각국에서 동전 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미국의 5센트 동전은 니켈의 함유량이 다른 동전보다 많아 이렇게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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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은 원자번호 28번의 금속 원소로, 원소기호는 Ni를 씁니다. 원자량 58.70g/mol, 녹는점 1455℃, 끓는점 2732℃, 밀도는 8.9 g/cm3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니켈은 은백색의 강한 광택이 있는 단단한 금속으로, 공기 중에서 산화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도금이나 합금 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인류가 니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약 3500년 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현재의 시리아 지역에서 출토된 청동 유물에서 약 2%의 니켈이 함유된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고대 중국에서도 기원전 1700~1400년에 구리와 니켈의 합금인 백동을 동전 등의 제조에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는데요. 이것이 고대 그리스나 로마로도 전해져 동전을 만드는데 사용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대의 니켈 합금은 제련된 니켈 금속이 아닌, 천연 니켈 광석이나 니켈을 포함한 철 운석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었죠.

중세시대 독일 에르츠산맥(Erzgebirge)의 광부들은 구리 광석과 비슷한 붉은색 광석을 발견하였는데, 이것은 오늘날 니콜라이트(niccolite, 홍비니켈석)라 불리는 비소화니켈(NiAs)이 주성분인 광석이었습니다. 하지만 광부들은 이 광석에 구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여 구리의 추출을 시도하였는데, 구리는 추출되지 않고 유독한 증기(산화비소, AsO3)만 발생하여 이 광석을 ‘악마의 구리’라는 뜻으로 ‘쿠페르니켈(Kupfernickel)’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1751년, 스웨덴의 야금학자 크론스테드(A. F. Cronstedt) 역시 구리를 추출하기 위해 쿠페르니켈의 표면을 덮은 결정에서 얻은 산화물로 환원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그러자 거기서 구리가 아닌 흰 금속이 나왔고, 새로운 원소라는 것이 밝혀져 그는 이 금속을 쿠페르니켈(Kupfernickel)에서 구리를 의미하는 쿠페르(Kupfer)를 제거하고 ‘니켈(Nickel)’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니켈은 동전 제작에 사용되거나 현대에는 주로 스테인리스강의 제조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사용처는 역시 전기차 배터리 분야인데요. 니켈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입니다. 양극재는 그 구성에 따라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 등 성능이 변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니켈, 망가니즈, 코발트, 알루미늄 등을 조합해 만들게 됩니다.

이 중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한 번 충전 시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양극재에서 비싼 코발트의 함량은 줄이고 용량과 출력을 높일 수 있는 니켈의 비중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니켈의 비중이 높은 양극재가 들어간 배터리를 ‘하이니켈(High-Ni) 배터리’라고 하며, 전기차 배터리의 대세가 될 것이라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니켈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갈수록 니켈 확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는 니켈 확보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에서 니켈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인도네시아로, 생산량도 글로벌 약 3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의 니켈 채굴권을 확보하는 한편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인도네시아 정부와 연간 10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의 니켈 확보는 물론, 배터리 생산까지 협업해 나갈 예정입니다.

여기까지 배터리의 양극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니켈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배터리의 음극재에 널리 쓰이는 ‘흑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