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이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평소보다 빨리 닳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가 줄었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는 기온이 낮아지면 배터리 내부에서 리튬이온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내부 저항이 커지면서, 배터리 성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온도가 다시 오르면 일부 회복되며, 몇 가지 관리 습관만으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추운 날 배터리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그리고 겨울철 배터리와 전기차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 알아보겠습니다.

Q. 추운 날씨에는 정말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나요?
날씨가 추워지면 배터리가 평소보다 빨리 방전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20~60°C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지만,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성능이 떨어지게 되는데요. 저온 환경에 비교적 강한 배터리도 -40°C에서는 작동할 수 있지만, 용량은 약 12%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습니다.
Q. 낮은 온도에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온에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리튬이온배터리의 작동 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며 충전과 방전이 이뤄집니다. 충전할 때는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고, 방전할 때는 반대로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죠.
그런데 온도가 낮아지면 배터리 내부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하고 반응하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느려집니다. 이로 인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전해질 점도 증가: 리튬이온이 지나다니는 통로인 전해질이 차가워지면 점도가 높아집니다. 전해질이 끈적해질수록 이온이 이동하기 위한 환경도 불리해집니다.
2.리튬이온 이동성 감소: 점도가 높아진 전해질 안에서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 자체가 느려집니다.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야 하는 리튬이온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이죠.
3.내부 저항 증가: 리튬이온의 이동이 느려지면 배터리 내부 저항이 커집니다. 특히 저온에서는 리튬이온이 전극 표면의 얇은 보호막인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와 CEI (Cathode Electrolyte Interphase)를 지나가는 과정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이때 충전 과정에서 과전압이 커지면 SEI가 더 성장하거나 계면 저항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이 오가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지고, 배터리가 낼 수 있는 전압과 에너지도 줄어듭니다.
4.화학 반응 속도 저하: 온도가 낮아지면 전해질의 물성이 변하면서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는 리튬이온의 이동이 제한됩니다. 이로 인해 충전과 방전에 필요한 전기화학 반응 속도도 함께 느려져, 배터리가 평소와 같은 성능을 내기 어려워집니다.
이 네 가지가 서로 맞물려 작용하면서, 추운 날에는 배터리가 가진 성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전기화학으로 이해하는 리튬이온배터리 작동 원리 보러가기
*배터리 용어사전 –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 보러가기
*배터리 용어사전 – CEI(Cathode Electrolyte Interphase) 보러가기
Q. 겨울철에 전기차는 어떤 현상이 발생하나요?

겨울철 전기차 운전자가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충전 속도 저하와 주행거리 감소입니다.
1.충전속도 감소: 저온에서 급속 충전을 그대로 진행하면 음극 표면에 리튬이 금속 형태로 쌓이는 ‘도금(Plating)’이 일어날 수 있는데요. 이는 배터리 수명 저하 현상이 발생하고, 더불어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차는 추울 때 일부러 충전 출력을 제한합니다. 따라서 배터리 온도가 낮을수록 초기 충전 출력이 낮아지고, 그만큼 목표 충전량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2.전기차 주행거리 감소: 노르웨이자동차연맹(Norwegian Automobile Federation, NAF)은 매년 실시하는 ‘엘 프리(El Prix)’ 테스트에서도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감소가 확인됐습니다. 2026년 겨울철 테스트에서는 최저 -32°C에 이르는 혹한 속에서 실제 주행거리가 공인 주행거리 대비 평균 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 낮은 온도로 인한 배터리 방전, 어떻게 대비할 수 있나요?
추위로 인해 일시적으로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는 온도가 다시 올라가면, 리튬이온의 이동이 원활해지면서 성능도 일부 회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격한 온도 변화로 배터리 소재가 손상될 경우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과방전 & 과충전 피하기, 80~90% 충전하기
리튬이온배터리는 과방전이나 과충전에 노출되면 수명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과방전이 반복되면 내부 집전체가 손상돼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높은 충전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단축시키고 고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충전 상한 전압을 낮추면 배터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어 사이클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인 리튬이온배터리의 충전 기준인 4.20V에서 최대 충전 전압을 0.10V 낮출 때마다 사이클 수명이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전자기기나 전기차는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지 않도록 하고, 배터리의 80~90% 정도만 충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에 따라 전기차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통해 과충전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용어사전 – 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보러가기
2. 완속 충전하기
급속 충전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과도하게 활용하면 배터리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를 가끔 100% 완속 충전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여러 셀의 전압을 균일하게 맞추는 셀 밸런싱(Cell Balancing)*과 SoC(State of Charge)* 게이지 보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지전능한 전지 이야기 –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다 셀 밸런싱(Cell Balancing) 보러가기
*배터리 용어사전 – SoC (State of Charge) 보러가기
3. 겨울철 실내 주차 및 탑승 전 예열하기
겨울철 전기차 배터리를 관리할 때는 가능한 실내 주차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에서는 리튬이온배터리의 내부 저항이 커지고, 이로 인해 배터리 성능과 주행거리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내 주차는 배터리가 과도하게 차가워지는 것을 막아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난방 사용 방식도 중요합니다. 추운 날씨에 히터를 장시간 사용하면 전력 소모가 커져 주행거리가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때 충전 중 차량을 미리 예열해 실내 온도를 높여두고, 운행 중에는 열선 시트와 열선 핸들을 함께 활용하면 난방에 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핵심요약
● 추운 날씨에는 배터리 내부 반응이 느려져 배터리가 평소보다 빨리 방전될 수 있습니다.
● 저온에서는 전해질 점도 증가, 리튬이온 이동성 감소, 내부 저항 증가 등으로 배터리 성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됩니다.
● 겨울철 전기차는 충전 출력 제한과 히터 사용으로 충전 시간이 길어지고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 배터리 수명을 위해 평소 과방전·과충전을 피하고 80~90% 수준으로 충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전기차는 가끔 완속으로 100% 충전하면 셀 밸런싱과 잔량 게이지 보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겨울철에는 실내 주차, 탑승 전 예열, 열선 시트·핸들 활용이 도움이 됩니다.
추운 날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은 리튬이온배터리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하지만 완전 방전과 과충전을 피하고, 겨울철에는 실내 주차와 차량 예열, 충전 전 배터리 온도 관리 등을 활용하면 성능 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편,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의 용매 조성을 바꿔 점도를 조정하는 방법을 비롯해, 저온에서도 안정적인 이온 이동을 구현할 수 있는 소재·전해질 기술,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다양한 방향으로 기술 고도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추운 환경에서도 더 안정적으로 성능을 발휘하는 배터리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