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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며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전기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에너지 저장 장치입니다. 이 과정에서 리튬 이온이 더욱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전해질인데요.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에 사용되는 전해질은 이온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액체 형태로 존재하며, 이를 전해액이라고 부릅니다. 전해액은 리튬염, 유기용매, 그리고 첨가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전해액이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에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리튬염, 유기용매, 첨가제 각각의 역할과 서로의 상호작용을 이해해 보면서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해질에 리튬을 공급하는, 리튬염(Lithium Salt)
리튬염(Lithium Salt)에서 ‘염(Salt)’이란, 금속 이온(양이온)과 비금속 이온(음이온)이 합쳐진 이온 화합물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리튬염은 리튬이온(Li+)과 음이온(F–,CI–,PF6‑ 등)이 결합된 결정 구조를 가지며, 고체 상태로 존재하면서 물에 잘 녹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리튬염은 전해질에 ‘리튬이온’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리튬염이 물이나 유기용매(Organic Solvents)에 녹을 때는, 양이온과 음이온이 분리되는데요, 이를 ‘이온화’라고 합니다. 이때 분리된 리튬이온(양이온)은 전해액 내에서 이동하며, 전극 간의 전하* 이동을 돕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전해액의 이온전도도*를 높여 배터리 성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전하: 물체가 띠고 있는 정전기의 양. 모든 전기현상의 근원이 되는 실체이다. 양전하와 음전하로 나뉘며, 전하가 이동하는 것이 전류이다.
*이온전도도: 전해질 내에서 이온이 이동하여 전하를 전달(전기 생성)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이상적인 리튬염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① 리튬염은 유기용매에 의해 잘 녹아야 하며, 이를 통해 전해액(전해질) 내에서 리튬이온(양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해야 한다.
② 음이온은 유기용매에 쉽게 산화되거나 환원되지 않아야 하며, 고체 전해질 계면층(SEI*)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③ 리튬염은 전극의 활물질, 전해질, 분리막 등 배터리의 구성 요소와 반응하지 않아야 하며, 다양한 환경에서도 화학적 안정성을 유지한다.
*SEI : Solid Electrolyte Interphase. 배터리 최초 충전 시, 음극 표면에 형성되는 막으로 ‘고체 전해질 계면’이라고 함.
주로 사용되는 리튬염은 LiPF6와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LiFSI(F 전해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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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PO2F2 (Lithium perfluorophosphate, 리튬 퍼플루오로포스페이트) : 배터리 수명과 출력을 향상시키며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고온에서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 LiDFOP (Lithium difluorophosphate, 리튬 디플루오로포스페이트) : 배터리 수명과 출력을 향상시키며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고온에서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 LiBOB (Lithium bis(oxalato)borate, 리튬 비스(옥살레이트)보레이트) : 상온과 저온에서 출력을 향상시키고, 순간 출력을 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실리콘 음극재의 수명과 전고체 전지의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 LiDFOB (Lithium difluorophosphate, 리튬 디플루오로보레이트) : 저온 성능이 뛰어나며, 음극에 안정적인 SEI층의 형성을 촉진하여 배터리의 사이클링 효율과 안전성을 향상시킨다.
■ LiTFSI (Lithium bis(trifluoromethanesulfonyl)imide, 리튬 비스(트리플루오로메탄설포닐)이미드) : 열 안전성과 이온 전도성이 우수하고, 물과 쉽게 반응하지 않아 안정성을 유지한다.
이온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원하는, 유기용매(Organic Solvents)
유기용매는 리튬염을 용해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리튬은 물과 만나면 반응이 큰 금속이라서, 물이 아닌 유기용매를 사용해야 하는데요. 이는 리튬염을 녹여 양이온과 음이온 간의 결합을 약화시키고, 분리된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죠.
이상적인 유기용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① 높은 유전율*과 강한 용해성: 리튬염에서 리튬이온을 효과적으로 분리시킬 수 있다.
② 낮은 녹는점: 저온 환경에서도 리튬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③ 높은 끓는점: 고온에서 휘발되지 않도록 하여 안전성을 높인다.
④ 낮은 점도: 점도가 낮으면 이온의 이동이 빨라져 이온전도도가 향상된다.
⑤ 전극 구조를 파괴하거나 양극 및 음극 활물질을 용해시키지 않는 우수한 화학적 안정성 갖춘다.
*유전율: 물질이 전기장에 반응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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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용매는 유전율과 점도가 높은 고리형 카보네이트(예: EC, PC)와 유전율과 점도가 낮은 사슬형 카보네이트(예: DEC, EMC, DMC)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리형 카보네이트는 높은 유전율 덕분에 리튬염을 효과적으로 용해시켜 양이온과 음이온을 쉽게 분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리형 카보네이트의 높은 점도는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점도가 낮은 사슬형 카보네이트(또는 선형 카보네이트)인 DEC, EMC, DMC 등을 혼합하여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5%로 만드는 강력한 효과, 첨가제(Additives)
전해액의 안정성, 이온전도도, 계면 특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더해지는 것을 ‘첨가제’라고 합니다. 전해액에 포함되는 비율은 1~5%에 불과하지만, 전해액 원가 구조에서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첨가제가 개발 목표에 따라 전지 특성을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첨가제 개발은 현재 업계에서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LiFSI, LiPO2F2, LiDFOP, LiBOB 리튬염 외에도 다양한 첨가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 AN (Adiponitrile, 아디포나이트릴) : 낮은 휘발성으로 안전성을 높이며, 에너지 용량 및 밀도 향상과 수명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리튬염과 혼합 시에는 우수한 용해성을 보인다.
● SN (Succinonitrile, 석시노나이트릴) : AN와 유사한 효과를 지니며, 특히 열적 안정성이 우수하고, 그 밖에 구리(Cu) 용출을 방지하는 특성이 있다.
● VC (Vinylene Carbonate, 바닐렌 카보네이트) : 음극 표면에 양질의 고체 전해질 계면층(SEI)을 형성하여 리튬이온만 통과시키고 전자는 통과되지 않게 도와준다. 이를 통해 음극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 FEC (Fluoro Ethylene Carbonate, 플루오로 에틸렌 카보네이트) : SEI층 형성을 촉진하여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를 높이고, 음극을 보호하며 전해질 분해를 억제한다. 이를 통해 저온 성능과 배터리 수명이 향상된다.
● VEC (Vinyl Ethylene Carbonate, 비틸 에틸렌 카보네이트) : 양극 및 음극의 부반응을 억제하여 수명과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며, 고전압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한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더 높은 수준의 배터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다음 세대 전해질의 개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배터리 급속 충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위한 다양한 신규 용매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해질이 전극 입자들 사이에서 보다 잘 침투할 수 있게 한다거나, 전극 계면에서 리튬 이온의 이동성을 향상시키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되고 있죠.
또한 각 양극재의 특성을 기반으로 한 전해질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리튬, 인산, 철을 기반으로 한 LFP 양극재에서는, LFP 배터리의 수명을 더욱 강화하고 안정성을 높여줄 첨가제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관련해서는 리튬염을 기반으로 한 첨가제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를 중심으로 한 삼원계, 사원계 양극재의 전해질은 니켈이 많이 함유된(하이니켈) 양극 활물질 및 실리콘계(Si-C) 음극 활물질과 안정적으로 융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니켈 함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흑연을 대체할 음극으로 실리콘계 음극 활물질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하이니켈 양극재에서의 저항 증가 문제와 실리콘 기반 음극재의 SEI층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첨가제 연구가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HF – scavenger’과 ‘Elastic SEI’ 첨가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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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F-scavenger’는 화학 를 중화시켜 내부 구성 요소의 손상을 방지하며, ‘Elastic SEI’는 실리콘 음극재의 부피 팽창으로 인한 새로 형성되는 표면을 보호하여 SEI층을 안정화 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첨가제들은 약 60℃에서도 저항을 억제시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존 전해질 대비 더 낮은 저항값을 가지므로 배터리의 안정성과 성능 향상에 기여하게 됩니다.
전해액 기술 개발과 이를 구성하는 리튬염, 유기용매, 첨가제의 연구는 배터리 수요 증가와 함께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전해액의 수요는 향후 11년간 연평균 1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5년에는 446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전 세계 전해액 첨가제 시장 규모는 2023년 14억 3천만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예측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 16.4%를 기록하여 2032년까지 55억 6천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해액의 성능 향상이 배터리 기술 개발의 핵심 미래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술 발전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