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배터리용 양극재 기술 개발 방향 – 고니켈화와 탈코발트화


선양국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지난해 전기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두 배 늘어났으며,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0%에 가까운 수준을 차지했습니다. 2022년도에도 1분기 기준 작년보다 75% 증가한 200만 대의 전기차가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었고, 도로 위에서 자주 보이기 시작하는 다양한 모델의 전기 자동차들을 통해 관련 시장이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기 자동차 시장 확대와 더불어, 더 높은 용량과 긴 수명, 그리고 저렴한 가격 등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산업계, 학계 및 전문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소재 개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구성하는 다양한 소재들 중 양극재는 전체 배터리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며,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 및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입니다. 그중 층상 구조의 Li[NixCoyMn1-x-y]O2 (NCM) 및 Li[NixCoyAl1-x-y]O2 (NCA) 양극재는 높은 이론 용량(~ 280 mAh g-1)과 작동 전압(3.6 V vs. Li/Li+)을 갖고 있어 현재 가장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양극재입니다.

전기 자동차의 가장 핵심 성능인 주행 거리는 탑재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에 의해 결정되며,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특히 양극재의 가용 용량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NCM 및 NCA 양극재에서는 니켈(Ni) 함량이 높아지면 가용 용량이 증가하여 에너지 밀도가 향상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늘리는 고니켈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니켈 함량이 증가할수록 가용 용량이 증가하는 대신 수명 안정성 및 열적 안정성이 급격히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고니켈계 NCM 및 NCA 양극재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입니다.

고니켈계 양극재에서 성능 열화가 빠르게 발생하는 이유는 주로 Ni4+ 이온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전해과의 부반응 때문입니다. 특히, 고니켈계 양극재는 충전 상태에서 양극 입자 내부에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미세 균열(microcracks)이 생성되는데, 이러한 균열은 전해질이 양극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양극 내부로 침투한 전해질으로 인해 입자 외부뿐만 아니라 입자 전반에 걸쳐 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미세 균열은 고니켈계 양극재가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용량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게다가, 이러한 미세 균열은 니켈 함량이 증가할수록 양극 입자 내부에 더욱 심각하게 발생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높은 용량을 발현함과 동시에 우수한 수명 특성을 갖고 안정성이 우수한 고니켈계 양극재를 개발하기 위해서, 미세 균열의 발생을 억제하고 표면 반응성을 낮추는 개발 전략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입자 중심부에서 표면으로 갈수록 니켈 함량이 낮아지고, 망간 함량이 높아지는 농도구배형 양극재는 고용량을 발현하는 고니켈계 조성의 중심부를 안정적인 저니켈계 쉘부가 감싸고 있어 고용량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소재입니다. 농도구배형 양극재는 표면 부 니켈 함량이 낮기 때문에 전해과의 반응성이 적을뿐만 아니라, 입자 내부에 발생하는 응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독특한 미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균열 발생 또한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농도구배형 양극재는 최근 많은 전기차의 양극재로도 탑재되어 출시되는 등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고니켈화와 더불어 NCM 및 NCA 양극재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슈는 양극재의 탈코발트화입니다.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양극재의 주요 원료이며,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코발트의 가격도 폭발적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60%가 콩고에 집중되어 있으며, 콩고에서 채굴 및 1차 정제된 대부분의 코발트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중국의 코발트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향후 이차전지 산업에 코발트 공급 불안정성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독일의 경제연구소 IW-Consult에서는 “2030년 신규 전기차 3600만 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300GWh 규모의 배터리 용량이 필요하다”며 “현재 알려진 코발트 매장량으로는 오늘날 예측 가능한 수요를 고작 11년 동안만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따라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 및 저가격화 측면에서 코발트의 사용을 줄이려는 탈코발트화 움직임은 배터리 산업에서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양극재의 탈코발트화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가격을 안정화하고, 자원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에서 코발트는 충·방전 과정에서 양극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고 율 특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탈코발트화 과정에서 에너지 밀도, 저온 특성, 율 특성 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탈코발트화 과정에서 이러한 특성들을 희생하지 않고,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NCM 및 NCA 양극재만큼 우수한 성능을 발현하는 무코발트(Co-free) 양극재를 개발하는 것이 현재의 기술 개발 목표입니다. 따라서 탈코발트화에 따른 양극재의 기본 특성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탈코발트화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율 특성 (Rate performance): 충방전 속도(=충방전 전류)에 따라 발현되는 용량에 대한 특성으로써, 율 특성이 높은 양극은 높은 충방전 속도에서도 높은 용량을 발현한다.

무코발트 양극재의 성능을 상용화 가능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기존 NCM이나 NCA 양극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핑/코팅 전략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도핑/코팅 기술로는 무코발트 양극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리튬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양극 입자 내부 미세 구조를 조절하여, 무코발트 양극의 낮은 율 특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막대 형상(Rod-shape)의 일차 입자들이 방사형으로 배열된 미세 구조를 갖는 양극재는 원활한 리튬 이온 확산 경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율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입자 내부에 발생하는 응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킴으로써 미세 균열 형성을 억제할 수 있어 수명 특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개발 전략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하여 탈코발트화에 따른 단점을 극복함으로써, 가격 경쟁력과 자원 안정성까지 갖춘 양극재를 개발해야 합니다.

리튬이온배터리 소재 개발은 이처럼 우수한 성능을 달성하려는 방향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상업적 요구 및 환경적 요소들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배터리 산업은 전방 산업인 전기 자동차 산업의 시장 환경 변화와 각국의 정책 등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증∙다변화하는 수요의 충족을 위해서 고에너지∙안정성∙기능성∙친환경성 등을 아우르는 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양극재 기술 개발에 있어 고니켈화와 탈코발트화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소견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