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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
조선일보 정치부 군사전문기자
조선일보 논설위원
지난해 9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대우조선해양과 9857억 원 규모의 장보고-Ⅲ 배치(Batch)-Ⅱ 2번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장보고-Ⅲ 사업은 3000톤 급 차세대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인데요. 배치-Ⅰ·Ⅱ· Ⅲ 3단계에 걸쳐 각각 3척씩 총 9척을 단계적으로 도입합니다. 이중 배치-Ⅰ 1번함이 바로 지난 9월 첫 국산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데 성공한 도산안창호함입니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3600톤 급으로 배치-Ⅰ보다 크기가 커졌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국내 잠수함 가운데 처음으로 리튬이온전지(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것입니다. 중·대형 잠수함 중에선 세계에서 2번째로 알려져 있는데요. 리튬이온전지는 기존 납축전지보다 수명이 길어 더 오래 잠항할 수 있기 때문에 수중 작전 능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은 총 140개의 모듈로 구성되는 11.2MWh 용량의 리튬전지 그룹 2개를 탑재한다고 합니다.
방사청은 지난해 말 군에서 시범 운용할 ‘수소 파워팩 드론’ 구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군 당국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상용 드론(무인기)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 아래 다양한 드론 도입을 추진해왔는데요. 하지만 짧은 체공시간과 소음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불과 30분 남짓한 운용 가능 시간과 시끄러운 엔진 소음은 드론이 은밀히 적진에 침투해 장시간·장거리 감시·정찰을 하는 것을 어렵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배터리 혁명, 즉 수소연료전지 적용으로 어느 정도 풀겠다는 것이죠.
방사청 관계자는 “가솔린 엔진을 쓰는 드론은 소음, 진동이 심해서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정찰용 소형 드론은 소음이 적은 리튬이온 전지를 추진체계로 적용해왔는데 운용 시간이 보통 30분 정도여서 한계가 있었다”며 “이를 수소연료전지 체계로 바꾸게 되면 비행시간이 크게 늘어나 작전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방사청은 이번 시범사업을 마중물로 삼아 향후 수소 인프라(저장·운송·충전 등) 구축과 대형 드론, 차량, 장갑차 등 다양한 무기체계의 동력원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소연료 전지는 물리적 특성상 극한 기온에선 운용이 제한되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적 대책과, 수소연료전지 기반 장비를 충전·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인프라를 각 제대에 널리 보급하는 것 등이 아직까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등을 활용한 드론, 로봇 등 첨단 장비과 각종 전자 장비를 활용하는 개인 전투체계의 발전, 네트워크전의 등장 등으로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군용 전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군용 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가 대부분이었는데요. 군 작전 특성상 야전에서 신속하게 이동하려면 무게가 가벼워야 하고 극저온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2차 전지는 충전해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지만 영하 20~40도 안팎 저온에선 작동이 어렵다는 게 군용으로는 큰 약점으로 작용해왔습니다.
하지만 무기 체계와 전투 지원 체계가 전자화되고 활용 범위도 넓어짐에 따라 2차 전지 등 군용 전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미군의 경우 급증하는 군용 전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1차 전지 생산 및 비축 비율을 줄이는 대신 2차 전지의 생산 및 비축을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이라크전 초기 1차 전지 비축량 부족했던 데다 추가 생산 및 보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차 전지로는 단시간 내 군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군용 2차 전지로는 니켈-카드뮴 전지(니카드전지) 및 니켈 계열 전지(니켈수소전지), 그리고 리튬이온전지를 휴대용 무전기와 암호장비 운용 등을 위해 사용해왔습니다. 리튬이온전지는 1991년 소니사가 개발하면서 2차 전지 개발 경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고 현재 휴대용 전자 장비 대부분의 주요 전력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2차 전지를 더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만든 전고체전지가 개발되고 있으며 양극 물질로 황, 음극 물질로 리튬을 각각 사용해 전기 용량이 리튬이온전지의 3배 이상인 리튬황전지도 차세대 2차 전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군은 병사들의 휴대 장비 전자화에 따라 추가적인 전원 공급을 위해 개인 휴대용 2차 전지인 CWB(Comformable Wearable Battery)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CWB는 얇고 가벼우며 영하 30도의 극저온에서도 잘 작동해 종전 군용 2차 전지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합니다. 한국 육군의 경우도 수년 전부터 드론·로봇은 물론 최신 야간 투시경, 개인 통신장비 등을 갖춘 ‘워리어 플랫폼’을 추진 중인데 모두 기존보다 성능이 개선된 군용 전지가 필수적입니다.
해·공군도 무인 수상함정 및 잠수정, 무인기 등 다양한 무인체계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미래전은 이들 무기와 장비들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강력한 전지의 지원을 받느냐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배터리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한국군도 미군처럼 2차 전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배터리 업체들에겐 그만큼 큰 군용 전지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만큼 다각적인 군용 전지 시장 진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군용 전지는 전장에서의 승패를 가를 만큼 국가 안보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그만큼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소견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