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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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최근 자동차 분야의 화두는 단연 전기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에서 오는 2026년부터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국제적 환경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폭스바겐 등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단계적인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기존 내연기관차의 수명이 줄어들면서 무공해차를 대표하는 전기차가 더욱 득세하는 상황입니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전기차는 약 326만 대가 판매될 정도로 활황 국면이었는데요. 특히 올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이 크게 확대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한 완성도 높은 전기차가 다양하게 출시되어 소비자의 선택지가 늘면서 판매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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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습니다. 충전 인프라는 아직까지 불편한 수준이며, 느린 충전 속도나 내연기관차에 비해 짧은 주행거리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또한 현재로서는 전기차의 가격이 내연기관차의 1.5~2배에 달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저공해차 구매 보조금 없이는 가격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서 관건은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최근 자동차 제조사나 배터리사에서 경제성 높은 양산형 배터리,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략을 세우고 전기차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며 모두가 차세대 배터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무엇을 고민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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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리튬이온배터리(NCM: 니켈·코발트·망간)와 리튬인산철배터리(LFP: LiFePO4)의 경쟁 구도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업계에서 주력 개발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주행 성능을 좌우하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글로벌 전기차에 많이 채택되는 배터리입니다. 반면 중국을 중심으로 개발 중인 리튬인산철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화재 등 열에 강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리튬인산철배터리는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의 IT 기업 애플이 현재 개발 중인 전기차 ‘애플카(가칭)’에 탑재할 배터리로 리튬인산철배터리를 선택했다고 알려지며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업계는 앞으로 기존 NCM에 알루미늄을 가미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또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더욱 가성비 좋은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배터리 선점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배터리 내재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테슬라를 필두로 폭스바겐, GM, 볼보와 포르쉐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제조사들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30여 년을 부품 업체들에게 ‘슈퍼 갑’ 역할을 했던 제조사 입장에서는 배터리사와의 수평하고 동등한 관계가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성과 생산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제조사가 수직적인 관계를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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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배터리사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 개척 등 여러 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다고 해도 당장 경제성 높은 양산형 배터리를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배터리사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따라올 수 없게 기술 격차를 벌려 신기술로 무장한 미래형 배터리를 생산하며 앞서가야 할 것입니다.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사 양측 간의 경쟁과 조화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로,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른 배터리 공급 부족에 대비해야 합니다. 오는 2025년이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배터리 공급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과 같이 배터리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이에 대비를 하되, 리튬인산철배터리와 유사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전고체 배터리의 시범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로, 늘어날 폐배터리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전기차가 늘어남에 따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제도적으로 안착이 되어 있지 않지만 향후 커다란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쏟아지는 폐배터리를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 생애 주기형 배터리 산업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빌리티의 생애 주기형 관리를 의미하는 MaaS(Mobility as a Service)와 같이 BaaS(Battery as a Service)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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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배터리사의 미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짐에 따라 배터리사 입장에서는 자동차 제조사의 배터리 내재화, 신규 스타트업의 진입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원천 기술 확보는 물론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 활성화, 컨소시엄을 통한 시장 주도권 확보 등 다양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배터리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남을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여 실질적 역할 확대를 노릴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카 이후의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전기차 파운드리(위탁 생산)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만이 차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자동차를 위탁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이라면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5~10년이 모빌리티의 미래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사, 반도체 회사는 물론 글로벌 ICT 회사에 이르기까지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강력한 움직임이 나타날 것입니다. 시장은 더욱 혼잡해질 것이고 이종 간의 결합을 포함한 각종 합종연횡으로 새로운 파트너십과 혁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배터리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생존을 위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소견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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