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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 실장
기후행동의 세계적 흐름과 정부의 변화
탄소중립은 세계적 흐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파리 협정 의제가 된 뒤 주요 선진국이 연달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산불이나 극한의 홍수와 가뭄 등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후행동을 위한 보고서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기후변화의 속도에 주목하며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피력하였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에 동참하는 세계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유럽(EU)이 국가 미래전략으로 그린 딜 정책을 공표하며, 탄소중립에 특정 시점을 향한 목표로 담기게 되면서 탄소중립 논의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탄소중립이 세계적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을 고려해 중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전략을 마련 중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과 함께 국제사회와 동맹국과의 외교적인 목적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또한 우리는 ‘미래 국가경쟁력’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탄소중립을 하는 과정은 우리 미래 경제나 사회구조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특히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는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죠.
예를 들면,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의 상품을 강한 국가로 수출할 때 부과금 등 추가 조치를 하도록 하는 ‘탄소 국경 조정 조치’ 도입을 미국과 유럽(EU) 등이 본격화하고 있어 그간 저탄소 사회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수출 중심 국가는 경제적 타격이 예상됩니다. 또한 EU는 탄소세 외에도 플라스틱세를 신설하는 등 환경 규제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이런 새 질서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산업 구조를 고려한 것입니다.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주력 산업의 세계 투자나 구매 기회가 제한되고, 해외 자금 조달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하는 과정은 산업의 녹색화와 녹색산업의 성장으로 미래 성장의 동력을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특히 기술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는 탄소중립 과정에서 큰 활약이 기대됩니다. 얼마 전 경제부총리는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국가”라고 언급하며, “탄소중립은 어렵지만, 꼭 가야 할 길이다. 전향적 사고와 능동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피력하였습니다. 정부는 한국이 배터리·수소 등의 기술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그린 혁신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면 탄소중립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인데요.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에너지 전담 차관직을 신설하고, 미래형 자동차 총괄 정책 기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제고’를 모두 이루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기업의 전략, 선택을 넘어 생존과 미래로
ESS와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되는 2차 전지 분야는 탄소중립을 이끄는 핵심 산업이지만,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제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산업에서도 몇 가지 전략으로 이를 해결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우선 공장에서 배출되는 제조공정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순환 경제’를 통한 자원의 재활용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순환 경제는 ‘생산-소비-폐기’ 단계의 선형 구조를 ‘생산-소비-재생’ 형태의 순환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기차 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폐배터리의 환경적 영향이 예상되는데, 이는 ESG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 후 용도를 다한 폐배터리를 모아 재활용하면 환경문제 해결뿐 아니라 불안정성이 큰 원부자재 수급 리스크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배터리 산업은 2차 전지의 성능 개선, 안전성 확보와 함께 전지 생산·재활용·폐기 등 순환 경제 전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2025년까지 배터리 원재료 조달에서 생산·소비·폐기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을 포괄하는 ‘자원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한다는 방침입니다. 전 세계의 생산시설을 100%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가동하여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탄소 저감 전략 외에도 폐배터리 재사용 또는 폐플라스틱 자원의 선순환을 위한 제품도 함께 개발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관련 산업 분야에서는 향후 폐배터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에서 폐배터리 회수 네트워크 구축을 진행할 계획이며, 재사용이 어렵더라도 배터리에서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 양극재용 금속자원을 추출, 배터리 제조에 재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공급 불안정성과 가격 변동 리스크를 재활용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일부 관리 가능토록 한다는 전략인 것이죠.
기후변화 속에서 앞으로의 배터리 산업
배터리 수요의 급속한 증가는 이미 예상한 결과입니다.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망 진입은 자본과 기술적 한계, 공급 생태계 장벽 등으로 당분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점차 그 한계는 사라지고 많은 기업이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후에는 원자재 등 자원의 한계로 인해 대체재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입니다. 국제적 경쟁에 따라 비용 상승과 기업이익 감소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국가적 이기주의나 국제관계 변화 등 예측이 어려운 장벽도 발생할 수 있죠.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는 탄소중립과 같은 기후 위기 대응은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역할뿐만 아니라 탄소 감축 역량이라는 기술적, 제도적 기업 내부 변화를 통해 기업의 미래 녹색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변화가 가속화될수록, 기후재난이 빈번해질수록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움직임은 거세질 것이고,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역량을 갖춘 기업은 확실한 선점자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의 비용 부담은 미래 경쟁력과 혁신기술 선점으로 전환되어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소견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