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의 성능은 전극에 쓰이는 소재 선택만큼이나, 전극을 어떻게 설계하고 제조하는지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사용하더라도 전극 공정의 설계 방식에 따라 안정성이나 에너지 밀도, 생산 효율 등에서 차이가 나타나는데요. 여기에 더해,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요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배터리 업계는 공정을 단순화하면서도 완성도를 높이고, 동시에 환경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제조 방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전극을 만드는 ‘건식 전극 공정(Dry Electrode Process)’입니다.
건식 전극 공정(Dry Electrode Process)이란?
‘건식 전극 공정(Dry Electrode Process)’이란,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1의 믹싱·코팅 공정에서 용매(Solvent)를 사용하지 않는 건식 제조 방식을 의미합니다. 전극 집전체에 도포되는 소재를 제조할 때 활물질2, 도전재, 바인더를 용매 없이 혼합하여 고체 상태의 파우더로 만드는 것이 이 공정의 핵심인데요. 공정 과정은 각 원료를 균일하게 섞는 믹싱 단계를 거쳐, 이를 고상 파우더 형태로 가공한 뒤 완성된 파우더를 집전체에 고르게 코팅하고, 마지막으로 전극을 얇고 평평하게 만드는 롤 프레싱 공정으로 마무리됩니다.

건식 전극 공정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습식 전극 공정(Wet Electrode Process)’과의 차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습식 전극 공정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제조 방식으로, 믹싱 단계에서 양극·음극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용매에 혼합하여 액상의 슬러리(Slurry)를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제조된 슬러리를 집전체 위에 코팅한 후, 건조하는 추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후에는 동일하게 롤 프레싱 공정을 통해 전극 제조가 완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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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식 전극 공정의 필요성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습식 전극 공정이 있음에도, 왜 새로운 건식 전극 공정이 등장하게 된 걸까요?
먼저, 습식 전극 공정에서는 전극의 소재를 만들 때 액상의 유기용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규모 건조 공정이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공정 단계도 길어지는데요. 실제로 전극 제조 과정에서 용매 건조 및 회수에 드는 비용은 전체 배터리 제조 비용의 약 40%에 달할 정도로 제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또한 습식 전극 공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NMP(N-Methyl-2-pyrrolidone)3와 같은 독성이 강한 유기용매는 관리가 필요하고, 용매 폐기 전 추가적인 처리가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비용 부담이 클 뿐 아니라,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극을 더 두껍게 설계해야 하는데요. 기존의 습식 공정에서는 두꺼운 전극을 균일하게 제조하는 데 제약이 따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액상의 슬러리를 두껍게 코팅할 경우, 건조 과정에서 소재 내 바인더가 위로 떠오르는 ‘바인더 마이그레이션(Migration)’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는 전극 내부 결합력과 집전체와의 접착력을 떨어뜨려, 결국 생산 수율 저하와 용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습식 전극 공정이 가진 공정 복잡성, 비용 부담, 그리고 구조적·물리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용매와 건조 공정을 제거한 건식 전극 공정이 차세대 전극 제조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건식 전극의 특징

건식 전극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별도의 건조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습식 공정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마이그레이션 현상이 구조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가 전극 내부에 보다 고르게 분포할 수 있죠.
또한 건식 전극 공정에서는 바인더가 용액에 녹아 있는 상태가 아니라, 고체 또는 섬유화된 형태로 전극 내부에 존재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PTFE4와 같은 비수계 고분자 바인더는 혼합 및 파우더 압착 과정에서 섬유화(fibrillation) 되어, 활물질과 도전재 입자 사이를 연결하는 연속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섬유화 바인더는 입자들을 연결하는 ‘접착 가교’ 역할을 수행합니다. 전극 내부의 결합력을 높이는 동시에 집전체와의 접착력을 향상시키고, 이온과 전자의 이동 경로가 끊기지 않도록 지지하죠. 그 결과, 바인더 사용량을 줄이더라도 전극의 구조적 안정성과 성능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고용량의 두꺼운 전극 설계에도 박리(들뜸)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건식 전극 공정의 기대효과: 에너지밀도 증가∙생산성 향상∙비용 절감
그렇다면 건식 전극 공정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1) 에너지 밀도 증가
건식 전극 공정은 전극 구조를 안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 향상에 기여합니다.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공정 특성상 전극 내부의 구조적 안정성이 높아, 전극 내 활물질 로딩(Loading)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요. 이는 즉 단위 부피당 더 많은 활물질을 안정적으로 담아낼 수 있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 활물질 함량을 늘린 두꺼운 전극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동일한 셀 크기에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셀의 용량과 에너지 밀도를 함께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2) 생산성 증가
건식 전극 기술은 고상 파우더를 기반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별도의 건조 공정이 필요하지 않은데요. 전극 공정에서는 건조 과정이 전체 제조 소요 시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 공정이 생략되면 전체 생산 리드타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3) 비용 절감
건조 과정에 필요한 대규모 설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제조 원가 절감으로도 이어집니다. 습식 전극 공정에서는 약 100m에 달하는 대형 건조 설비가 필요한데요. 건식 공정 도입 시, 이 건조 설비를 제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습식 공정에서 요구되던 용매 회수 시스템이나 장시간 공정 운영에 필요한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죠. 이를 통해 전체 건식 전극 공정 도입 시 배터리 제조 비용을 약 17%에서 최대 30%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 환경 친화성
건식 공정 기술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전극 제조 방식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습식 전극 공정에서는 바인더를 용해시키기 위해 NMP와 같은 유기용매가 주로 사용되는데요. NMP는 전극 성능 측면에서는 안정적이지만, 독성이 강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건식 전극 공정에서는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용매 건조나 회수 단계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고 탄소 배출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죠.
LG에너지솔루션, 10년의 기술로 건식 전극 상용화를 앞당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0년 전부터 건식 전극 공정 기술을 준비해왔습니다. 현재는 양산성 확보 및 상용화를 통한 실제 현장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건식 전극 공정 핵심 요소에 대한 지식재산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요. 섬유화 최적화 및 인장 강도 개선 기술 등 공정 안정성과 직결되는 기술을 중심으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죠.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 중인 건식 전극 공정은 입자 크기와 무관하게 양극과 음극 모두 적용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그동안 축적해온 독보적인 R&D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건식 전극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2028년을 목표로 본격적인 상용화를 추진 중입니다. 이후 글로벌 사업장 적용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활물질과 전고체 배터리를 고려한 건식 전극 공정 개발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건식 전극 공정은 차세대 배터리 제조에 꼭 필요한 핵심 기술로서, 향후에는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 제조로 활용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건식 전극 공정의 기술적 완성도와 상용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계획입니다.
- 전극 공정 :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과정으로, 믹싱 공정 → 코팅 공정 → 롤 프레싱 공정 → 슬리팅 & 노칭 공정 순으로 진행됨 ↩︎
- 활물질(Active material) :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에서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활성 물질. 양극재 속 활물질을 ‘양극 활물질’, 그리고 음극재 속 활물질을 ‘음극 활물질’이라 함 ↩︎
- NMP(N-Methyl-2-pyrrolidone) : 유기용매의 일종으로, 전극 제조 시 바인더를 용해하여 슬러리 상태로 만드는데 사용됨 ↩︎
- PTFE(Polytetrafluoroethylene,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 분자 전체가 탄소와 불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불소계 고분자. 탄소-불소의 구조가 강하게 이어져 있어 우수한 열적·화학적 안정성을 보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