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극 제조의 첫 공식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믹싱 공정(Mixing)을 통해 만들어지는 슬러리(Slurry)입니다. 슬러리는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용매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만든 재료인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슬러리는 집전체에 도포되어 양극과 음극의 형태를 만듭니다. 혼합물의 상태에 따라 전극의 구조적 안정성과 전기적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슬러리는 전극 성능의 기반이 되는 소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인포그래픽을 통해 슬러리를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슬러리 첫 번째 요소: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활물질’
활물질(Active material)은 배터리 내부에서 실제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배터리가 충·방전될 때 양극과 음극에서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전기 에너지가 생성되는데요. 이 반응을 직접 담당하는 소재가 바로 활물질입니다.
양극에 들어 있는 활물질을 ‘양극 활물질’, 음극에 들어 있는 활물질을 ‘음극 활물질’이라고 부릅니다.
먼저 양극 활물질은 배터리 충전 시 리튬이온을 음극으로 보내고, 방전 시 다시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양극 활물질은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대표적인 양극 활물질로는 LCO(리튬·코발트산화물), LMO(리튬·망간산화물),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LFP(리튬·인산철) 등이 있으며, 배터리의 용도와 요구 성능에 맞춰 다양한 양극 활물질이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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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극 활물질은 양극에서 이동해 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전 시 다시 방출해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음극 활물질로는 규칙적인 층상 구조를 갖춘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이 리튬이온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실리콘도 주목받으면서, 다양한 음극 활물질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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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러리 두 번째 요소: 전극을 하나로 묶는 연결 고리, ‘바인더’
바인더(Binder)는 슬러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서로 잘 결합되도록 돕는 접착제입니다. 활물질과 도전재가 잘 섞여서 집전체 위에 균일하게 도포될 수 있도록 하고, 전극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차세대 활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바인더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전극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온 전도성을 높일 수 있는 바인더가 요구되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바인더에는 접착력과 기계적 강도, 탄성력, 이온 전도성, 화학적·열적 안정성까지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바인더는 사용하는 용매에 따라 비수계 바인더와 수계 바인더로 나뉩니다. NMP(N-Methyl-2-Pyrrolidone)와 같은 유기 용매를 사용하는 비수계 바인더는 주로 양극 활물질에 사용되며, 입자 사이를 선 형태로 연결하는 ‘선 접촉형’ 구조를 띕니다. 물을 용매로 활용하는 수계 바인더는 주로 음극 활물질에 적용되며, 입자 간 접점을 중심으로 결합하는 ‘점 접촉형’ 구조를 형성합니다.
대표적인 비수계 바인더로는 PVDF(Polyvinylidene Fluoride), PTFE(Polytetrafluoroethylene), PAN(Polyacrylonitrile) 등이 있으며, 수계 바인더로는 CMC(Carboxymethyl Cellulose)와 SBR(Styrene-Butadiene Rubber) 조합을 비롯해 PAA(Polyacrylic Acid), PAM(Polyacrylamide) 등이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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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러리 세 번째 요소: 전자가 이동하는 길을 만드는 ‘도전재’
도전재(Conductive Additive)는 활물질 입자 사이를 연결해 전자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인데요. 즉, 활물질 사이를 연결하여 전기적 특성을 갖추게 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비록 전극에 첨가되는 양은 적지만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죠.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도전재는 카본 블랙이며, 이 외에도 전도성 흑연, 탄소나노튜브(CNT), 그래핀 등이 활용됩니다.
특히 CNT(Carbon Nanotube) 도전재는 6개의 탄소 원자가 수평의 육각 망면 형태로 배열된 그래핀 레이어(Graphene Layer)가 말려져 있는 튜브 구조인데요. 지름이 1 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구조이지만 강철 대비 약 100배의 강력한 강도를 지니고 있으며, 매우 높은 전기 전도도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CNT 도전재를 활용하면 양극재 도전재 사용량을 약 1/5 수준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활물질 투입량을 늘리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금까지 인포그래픽을 통해 슬러리를 구성하는 활물질, 바인더, 도전재의 역할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각각 다른 역할을 맡고 있지만, 슬러리 안에서 균형 있게 조합될 때 안정적인 전극이 완성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다양한 배터리 기술을 쉽게 알려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