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ESS, IT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각의 어플리케이션 별로 요구되는 특성이 천차만별인 만큼, 다양한 소재에 기반한 새로운 배터리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배터리가 있습니다. 바로 소듐이온배터리(Sodium ion Battery)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소듐이온배터리의 주요 특징과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이 추진 중인 소듐이온배터리 개발 로드맵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소듐이온배터리(Sodium ion Battery)란?
소듐이온배터리는 소듐 이온(Na⁺)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며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배터리를 의미합니다. 구조나 작동 방식은 리튬이온배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름 그대로 전극 소재가 리튬이 아닌 소듐을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소듐이온배터리의 구조 살펴보면 양극재에는 층상 구조의 소듐 전이금속 산화물(NaTMO₂), 다가음이온 계열,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유도체 계열의 소재가 주로 사용됩니다. 음극재로는 주로 하드 카본(Hard Carbon)이나 소프트 카본(Soft Carbon)과 같은 탄소계 물질이 활용됩니다. 그리고 전해질에는 소듐염을 녹인 유기계 액체 전해질이 사용되는데요. 전해질 안에 있는 소듐염은 전기화학 반응이 가능한 상태로 소듐 이온과 음이온으로 분리되어, 전극 사이를 이동하며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소듐이온배터리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기초연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유사한 시기에 시작되었을 정도인데요. 1807년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 경(Sir Humphry Davy)이 전기분해를 통해 처음으로 소듐을 분리하며 이 원소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이후 1970년대에 이황화티타늄(TiS₂)의 층상 구조에 리튬 이온을 삽입해 전기화학 반응을 유도하는 연구가 처음 제안되면서, 이를 배터리에 응용하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1980년대에는 동일한 이황화티타늄 구조 내 소듐 이온을 삽입해도 상온에서 고효율, 가역 전기화학 반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듐 역시 배터리 전극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이온임이 입증되었고,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인 1980년대에 리튬 코발트 산화물(LiCoO₂)의 전기화학 성능이 처음 알려지게 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소듐 포함 층상 산화물(NaₓCoO₂)의 전기화학 특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소듐 역시 층상 구조 기반 전극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순간이죠.
차세대 배터리의 신흥 강자 소듐이온배터리의 장점

소듐은 지구상에서 5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암염(rock salt)이나 해수의 염 형태로 전 세계에 널리 분포돼 있습니다. 때문에 소듐염은 공급망 리스크가 낮고 제조 원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가격 변동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듐의 특성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음극 집전체로 구리를 사용하지만, 소듐이온배터리는 이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알루미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듐과 알루미늄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특히 소듐이온배터리는 특정 전극 소재를 사용할 경우, 낮은 온도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소듐이온배터리는 영하 20℃의 온도에서도 상온 초기 용량의 약 90%를 유지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같은 조건의 리튬이온배터리가 약 60~70% 수준으로 용량이 감소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성능을 보인 것이죠. 때문에 배터리 업계에서는 소듐이온배터리가 전기차에 적용될 경우 겨울철에 성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듐이온배터리는 이론적으로 고에너지밀도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듐은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 계열에 속하는 원소로, 이온 반지름과 무게, 그리고 표준 환원 전위 등 주요 특성이 다른 원소 대비 리튬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유사한 점 때문에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셀 구조와 설계 방식을 소듐이온배터리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소듐이온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과제는?
이처럼 소듐이온배터리는 여러 장점이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이뤄진다면 차세대 배터리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듐이온배터리의 연구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요?
우선 소듐이온배터리의 안정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에너지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소듐은 리튬보다 원자 하나의 무게가 3.3배 이상 무거워 전극 소재의 중량 당 용량이 낮습니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전압에 영향을 주는 표준 환원 전위 역시 리튬이 -3.04V인데 반해 소듐은 -2.71V로 더 높아, 동일한 구조에서 작동 전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듐이온배터리의 중량당 에너지밀도는 약 140~160Wh/kg 수준으로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소듐 이온이 리튬이온보다 반경이 크다는 특징은 다양한 연구 과제를 안겨주었는데요. 소듐 이온의 큰 이온 반경은 양극 소재 내 삽입(Intercalation)과 탈리(Deintercalation) 시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인 흑연의 층간 구조 내 삽입 반응을 어렵게 합니다. 이로 인해 소듐이온배터리의 음극재로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주로 사용되는 흑연보다 층간구조가 넓은 하드 카본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소듐이온배터리에 음극재로 쓰이는 하드카본의 초기 충·방전 효율도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소듐이온배터리용 하드카본은 주로 80~90 %의 초기 충·방전 효율을 보이는데, 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흑연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낮은 충·방전 효율은 셀의 비가역 용량1을 키워 에너지밀도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하드카본의 용량뿐만 아니라 초기 충·방전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소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소듐이온배터리에 양극재로 쓰이는 소듐 전이 금속산화물의 안정성 보완도 중요한 연구 과제입니다. 소듐 전이 금속산화물은 공기 중 안정성이 높지 않은 편으로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습한 환경에서는 내부의 소듐 이온이 과도하게 빠져나가 전기화학적 성능이 저하될 수 있고, 표면층에서는 수분과의 반응해 전이금속 산화물이나 수산화물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그 결과 전극 특성이 변화해 배터리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소듐 전이 금속산화물에 대한 소재 연구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죠.
차세대 배터리 개척자 LG에너지솔루션의 소듐이온배터리 개발 로드맵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를 2차 전지 분야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다양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듐이온배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2025년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차 전지 컨퍼런스 ‘인터배터리 2025’를 통해 소듐이온배터리 로드맵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1세대 소듐이온배터리는 고출력 특성을 고려해 납축전지 대체 또는 전장용 12/24V 제품의 개발과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백업 전원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1세대 소듐이온배터리의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세대 소듐이온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2세대 소듐이온배터리는 리터(ℓ)당 450Wh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해 전기차용 배터리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는데요. 여기에 기존의 습식 코팅 공정을 대신할 건식 전극 공정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입니다. 특히 LG 에너지솔루션은 소듐이온배터리 제조 공정에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생산 라인을 그대로 활용하는 전략을 세우며, 소듐이온배터리 생산에 선제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차세대 배터리 산업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소듐이온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소듐이온배터리의 잠재력을 일찍이 주목하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소듐이온배터리가 만들어갈 변화를 함께 지켜봐 주세요!
- 비가역 용량 : 충전된 전하량 중에서 방전되지 못하고 남은 전하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