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 향상은 주로 양극재의 개발을 통해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에 비해 음극재는 주로 흑연이 활용되었고, 실리콘이 조금씩 첨가되는 정도로 소재가 한정적입니다. 한편 고용량 양극재는 발전을 거듭하며, 층상 구조* 금속 산화물 기반 소재의 단위 질량당 용량이 이론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향상에 대한 시장의 니즈와 맞물리게 되었고, 음극재에서의 용량 향상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게 되었죠.
*층상 구조가 궁금하다면? (인포그래픽#14) 양극재 구조 보러가기
현재 흑연과 실리콘 이외에 연구중인 음극재로 ‘리튬메탈’이 있는데요. 차세대 배터리로 언급되는 리튬메탈배터리에는 음극에 리튬메탈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리튬메탈배터리(Lithium Metal Battery)’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리튬메탈배터리(Lithium Metal Battery)란?
리튬메탈배터리는 음극에는 ‘리튬메탈’을, 양극에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동일하게 금속 산화물 (Metal Oxide) 계통의 소재를 사용하고, 액체 전해질을 적용합니다. 특히 음극의 리튬메탈 소재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여러 배터리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양극에 황탄소복합체가 쓰이면 리튬황배터리(Lithium–sulfur battery), 산소를 양극의 물질로 구성하면 리튬에어배터리(Lithium-air battery)가 됩니다.
리튬메탈배터리의 시초를 보려면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스탠리 휘팅엄(Stanley Whittingham) 교수가 양극에 이황화타이타늄을, 음극에 리튬메탈을 사용한 배터리를 개발했었습니다. 하지만 안전 문제로 상용화되진 못했죠. 이후 캐나다 기업 ‘몰리 에너지(Moli Energy)’가 리튬메탈배터리 상용화에 시동을 걸었는데요. 몰리 에너지社는 1988년, 양극에는 이황화몰리브덴을 음극에는 리튬메탈을 적용한 이차전지 ‘몰리셀(Molicel)’을 개발하여, 일본 통신사 NTT에서 출시한 휴대전화에 몰리셀을 탑재했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초기 리튬메탈전지에 비해 안전성을 높게 구현한 리튬이온전지가 주류로 시장에 자리잡게 되었죠.
여러 장점을 가진 리튬메탈배터리
그렇다면, 리튬메탈배터리는 어떤 이유 때문에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일까요?
먼저 리튬메탈배터리는 음극 소재로 흑연을 사용한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흑연은 372mAh/g의 비교적 낮은 이론 용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리튬메탈의 이론 용량은 3,860mAh/g이며, 흑연과 약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죠. 때문에 같은 무게에도 리튬메탈배터리가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론 용량 : 전극소재 내 저장될 수 있는 물리적 한계치의 최대 리튬이온 함량
더불어 리튬메탈배터리를 사용하면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를 줄일 수 있습니다. 리튬의 밀도는 약 0.534g/cm3로 단위질량당 부피가 크지만, 흑연보다 단위질량당 용량이 10배 이상 크기 때문에 음극의 두께를 얇게 할 수 있죠. 그 결과 공간 활용율을 높여,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배터리가 탑재된 제품의 사용시간을 늘리거나, 자율주행차와 같이 전력 소비량이 큰 시스템의 구현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원으로 적합합니다.
세번째로, 리튬메탈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충전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충전시키면, 리튬이온은 흑연의 층상 구조 틈새에 삽입되어 저장됩니다. 하지만 리튬메탈배터리에서는 음극으로 이동한 리튬이온이 틈새를 찾을 필요 없이 표면에서 리튬금속으로 환원되어 바로 전착(도금)되므로, 이론적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하죠.
마지막으로 리튬메탈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할 수 있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와 유사한 제조 공정으로 제작 가능합니다. 때문에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제조 장비를 일부 활용할 수 있고, 빠른 공정 최적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러한 리튬메탈배터리의 장점들에 주목하고, 실제로 구현하기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리튬메탈배터리의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덴드라이트’
많은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리튬메탈배터리이지만,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덴드라이트(Dendrite)’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덴드라이트는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리튬 결정이 형성되어 뾰족한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로 자라나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리튬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리튬이 음극 표면에서 도금되어 쌓일 때, 먼저 도금된 리튬메탈 입자가 있으면 그 위에 추가로 도금되는 것이 쉽습니다. 이러한 경우 리튬이 전극 전체에 균일하게 도금되지 않고 나뭇가지 형상으로 성장하게 되죠.
덴드라이트는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데요. 덴드라이트의 크기가 점차 커지면서 분리막을 손상시키고 양극 표면까지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맞닿아 내부 단락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덴드라이트는 리튬전극의 표면적을 넓혀서 전해질과의 반응량을 늘리고 리튬메탈의 부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활성화 공정 단계에서 흑연 음극 표면에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라는 얇은 막이 형성됩니다. SEI는 리튬 이온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며, 음극 표면과 전해액이 직접 만나지 않도록 보호하는데요. 덴드라이트의 발생으로 SEI 가 불균일하게 형성되면 SEI가 보호층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배터리 충·방전 효율 감소 및 배터리 용량 감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음극재 끝판왕을 정복하려는 LG에너지솔루션, 리튬메탈배터리 개발 매진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메탈배터리의 난제를 해결하여, 기술력이 뛰어난 리튬메탈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2013년 LG에너지솔루션은 혁신전지 프로젝트에서 차세대 배터리 종류로 어떤 배터리가 적합할지 기초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리튬메탈배터리였죠. 이렇게 관심을 받은 리튬메탈배터리는 자동차 회사들의 요청으로 인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개발 난이도가 높은 과제의 특성상, 아이디어 발굴과 연구 역량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활용하고자 했는데요. 2021년 KAIST와 리튬메탈배터리 관련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센터 FRL(Frontier Research Laboratory)를 설립했고, 2022년에는 프로젝트 팀을 새로 구성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리튬메탈배터리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LG 에너지솔루션은 고에너지 밀도라는 리튬메탈배터리의 강점을 최대화하기 위해 전해액의 양을 최소화하는 희박전해질* 시스템을 기조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KAIST 공동연구팀과 함께, 붕산염-피란(Borate-Pyran) 기반 전해액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SEI 층을 재구조화해 안정성을 높임으로써, 전해질의 소모를 줄일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혔죠. 그 결과 희박전해질 시스템의 구현에 한 발 더 다가섰습니다.
*희박전해질: 배터리 용량을 높이기 위해 최소량의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시스템.
이를 활용하여 우수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충∙방전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1회 충전에 900km 주행이 가능할 만큼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는 기존 고성능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주행거리 약 600km보다 50% 향상된 수준이죠. 또 4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할 만큼 수명 안정성도 잡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메탈배터리 로드맵은?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메탈배터리 개발 성과는 리튬메탈배터리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상용화에 다가섰다는데 큰 의의가 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리튬메탈배터리의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2027년 말 소용량 시스템용 배터리를 시작으로, 고용량 시스템용 제품으로 확대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죠.
지금까지 차세대 배터리 중 리튬메탈배터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고성능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배터리 업계에서는 리튬메탈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리튬메탈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볼 차세대 배터리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