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너머의 전기비행기 시대, 언제쯤 올까?

✍
전승민
과학저술가

현재의 자동차 기술은 이미 충분히 쾌적하고 편안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전기자동차 시대를 기대하고 준비하는 이유는 그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성능을 높이기 유리해지고, 소음이 적고, 부품이 적어 고장 우려가 적고, 소음과 진동도 한결 줄어들게 됩니다. 무엇보다 운행 도중 일체의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 내연기관 시스템이 내놓는 환경오염 물질은 이제 우리가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습니다. 이는 비행기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자동차 다음은 비행기?!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 중에 어느 쪽이 더 뛰어날까요? 현재로서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최고 속도, 가속성능, 정비 편의성 등 많은 면에서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압도합니다. 문제는 운행 거리와 충전시간인데요. 전기차 중 운행 거리는 길어도 500㎞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거리를 가기 위해 최소 수십 분, 길면 하루 이상을 충전해야 합니다. 5분 남짓 한 시간 동안 연료를 채우면 길게는 1,0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면 편의성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죠. 물론 ‘미래는 전기차의 시대’가 될 거라는데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기술은 점점 발전할 것이고, 적어도 십수 년 이내에는 전기차의 편의성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넘어설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전기비행기가 실용화되지 못했던 이유

전기비행기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엔진 대신 모터를 넣고, 연료탱크 대신 배터리를 넣으면 됩니다. 다만 비행기의 경우, 전기자동차의 운행 거리 문제가 한층 더 큰 숙제입니다. 자동차야 연료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 멈추면 되지만, 비행기는 하늘에서 추락하죠. 항속거리가 짧은 비행기처럼 쓸모없는 물건도 세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대로 내연기관 비행기는 이런 면에서 대단히 유리합니다. 비행을 하면 할수록 연료를 소모하므로 효율이 점점 높아집니다. 즉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일단 이륙하는 데 성공만 하면 상당히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기비행기는 배터리에 가득 충전하고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는데, 배터리란 물건은 액체와 금속으로 가득 차 대단히 무거운 데다, 그 무게는 착륙하는 그 순간까지 조금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더구나 먼 거리를 날아가려면 배터리도 커다란 것을 넣어야 하니 크고 장거리를 날아가야 할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려고 할수록 효율은 급격하게 떨어지는데요. 장거리 국제선 항공기 같은 경우, 현재 기술로는 승객이나 짐보다 더 큰 무게의 배터리를 짊어지고 다닌다고 해도 운항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고효율 전기모터, 고효율 배터리, 하늘에서 즉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연료전지 시스템 등이 빠르게 개발되면서 미래에는 비행기 대다수가 ‘전기’ 형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비행기의 경우 자동차보다 유리한 면도 있는데, 충전이 자동차보다 부담이 적기 때문입니다. 전기자동차는 개개인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충전을 해야 하므로 관련 인프라가 사회적으로 확충돼야만 이용할 수 있죠. 하지만 비행기는 공항과 공항을 오고 갑니다. 일단 착륙만 하면 모든 준비과정을 공항에서 마칠 수 있습니다. 실용화가 한결 빠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단거리 이동엔 ‘배터리’ 시스템이 대세

가장 빨리 실용화될 전기비행기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드론 택시’로 불리기도 하는 UAM는 많아야 7~8명 정도까지만 탑승하는 소형 항공기입니다.

기술 면에서는 이미 실용화 단계로 각국에서 제도 및 운항시스템 점검이 한창입니다. 십수 년 정도면 대중화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 한화, SK텔레콤 등 기업이 달려들어 적극적으로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바로 서울 시내 빌딩 옥상에서 항공기를 타고 십여 분 만에 인천공항까지 날아가는 훌륭한 소형 전기비행기 서비스입니다.

여기서 더 발전해 소형 비행기를 전기비행기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영국 기업 ‘롤스로이스’는 2021년 11월 전기비행기를 이용해 시속 555.9㎞를 달성하고, 이륙 202초 만에 3000m 상공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기존 최고 속도인 시속 213㎞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3000m 상공 도달 속도도 1분 앞당겼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인데요. 항속거리 면에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당장 실용화와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또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회사인 ‘야사’도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가능성 보이는 단거리, 개발 각축전

단거리 위주 전기비행기 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적지 않습니다. 미국 기업 ‘에어플로우’는 단거리 화물과 여객용 비행기를 제작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 ‘베타 테크놀로지스’도 수직 이착륙 화물 운송 전기비행기를 앞으로 1년 이내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스웨덴 기업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도 400㎞ 거리를 날 수 있는 19인승 전기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30~4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운항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미국 뉴욕의 ‘라이트 일렉트릭’은 승객 100명을 싣고 1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여객기를 2026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술적 흐름에 따라 우선 단거리 운항 항공기를 전기비행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2040년까지 1시간 30분 이내 단거리 항공편 전부를 전기비행기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반도 주요 항공사인 ‘위데뢰에’는 지역 단위 도시 출퇴근용 전기비행기의 2026년 유료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전기비행기 최대 약점, ‘연료전지’로 넘는다

전기비행기의 성능을 높이려면 차세대 배터리의 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비행기의 경우 지상에서 충분한 점검 시간을 가져야 하므로, 자동차와 달리 빠른 충전 속도보다는 ‘높은 충전용량’이 중요해지죠. 따라서 초고속 충전이 장점인 알루미늄 계열 배터리보다 초고용량 충전이 장점인 리튬황 배터리, 리튬공기 배터리 등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배터리가 등장하더라도 태생적 한계는 지우기 어렵습니다. 단거리, 소형 항공기의 효율 개선에는 큰 의미가 있으나, 대륙 간 장거리 항공기 등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죠.

따라서 환경오염 문제없이 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는 것이 ‘수소 연료전지’입니다. 수소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회전시켜 비행기를 운항하는 원리입니다. 즉 무공해 발전기를 비행기 내부에 가지고 다니며 하늘을 나는 전기비행기인데요. 수소는 대단히 가볍습니다. 400kg의 디젤연료는 250기압 상태에 있는 8000L의 수소 기체와 같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데, 이 경우 무게는 150kg에 불과합니다. 즉 연료 무게가 약 2.8배 줄어든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대형 항공기 보잉 747의 항공유 탑재량은 21만 6840L에 달하기도 하죠. 이런 비행기의 연료 시스템을 수소와 전기로 교체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수소 연료전지 항공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대표적인 곳은 미국의 ‘유니버설 하이드로진’이 꼽힙니다. 기존 대형 비행기의 동력 시스템을 수소 연료전지 및 전기모터로 변경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데요. 이 밖에 영국의 ‘제로에이비아’ 올해 10~20인승 시제기를 처음으로 하늘에 띄울 예정입니다. 이 같은 시스템이 실용화된다면 언젠가는 국제선 비행기도 대부분 전기비행기로 교체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입니다.

시대는 내연기관의 종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인류가 ‘비행기’라고 하면 당연한 것처럼 ‘무공해 전기비행기’를 먼저 떠올리는 세상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소견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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