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MER EV 부활의 핵심, 배터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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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소장

미국인들의 남다른 픽업트럭 사랑

미국인들의 픽업트럭 사랑은 남다릅니다. 미국의 차량 판매·서비스·평가 전문 회사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내 픽업트럭 전체 판매량은 293만 4천여 대로 일반 승용차(Non-Luxury Passenger Cars) 판매량 283만 1천여 대를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2020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10종을 살펴봐도 그중 5종이 픽업트럭일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요. 2021년 상반기 픽업트럭 판매량은 151만 5천여 대로 2020년 상반기 판매량 131만 7천여 대 대비 약 15%가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차량 판매 감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픽업트럭은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가진 차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InterBattery 2022의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GMC HUMMER EV

미국인들이 픽업트럭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픽업트럭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바로 개방형 화물 적재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픽업트럭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농부와 상인들이 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픽업트럭이 가진 다른 많은 장점들이 함께 부각되면서 점차 다용도 패밀리카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픽업트럭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해 고속주행이 가능하면서도 진동과 소음이 적고 승차감이 승용차 못지않습니다. 또한 넓은 실내공간, 높은 차고로 주행 중 시야 확보가 용이해 운전이 편하고, 짐을 싣고도 험한 길을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매력 때문에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미국적인 자동차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캠핑, 차박(RVing) 등의 증가도 픽업트럭 확산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에 판매된 픽업트럭의 85%는 크루 캡(crew cabs), 확장 크루 캡(extended crew cabs) 형태로, 일반 승용차와 같이 4개의 도어를 가진 5인승의 형태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픽업트럭이 패밀리카로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인데요. 픽업트럭은 현재 일반 승용차가 아닌 고급 SUV와 경쟁하는 세그먼트입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다양한 첨단 기능 탑재가 늘면서 10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40% 이상 높아져 평균 5만 달러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기차로 부활한 HUMMER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이렇듯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전동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탄소 저감과 환경보호, 유가상승에 대응해 경제성 높은 전동화 대상으로 많은 브랜드가 픽업트럭을 선택하고 있는 것인데요. GMC(제너럴 모터스 산하 SUV와 픽업트럭 전문 생산 브랜드), 포드, 스텔란티스는 물론 테슬라, 리비안까지 전동화 픽업트럭이 주력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차량은 역시 슈퍼 트럭으로 불리던 GMC HUMMER의 전동화 모델, HUMMER EV입니다.

HUMMER의 조상은 군용차량으로 유명한 험비(HMMWV,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s)입니다. 험비는 1983년 미국 국방성이 55,000대의 군용차 생산을 위해 AM제너럴(AM General Corporation)과 계약을 맺어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험비를 1992년 민간용으로 출시한 것이 바로 HUMMER입니다.

이후 1999년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가 AM제너럴로부터 HUMMER 판매 및 유통권을 매입했고, 후속 모델로 2002년 H2, 2005년에는 H3를 공개했습니다. 차량 무게를 기존 10,000파운드에서 각각 8,600파운드, 5,800파운드로 줄였고, H3는 연비를 기존 갤런당 10마일에서 16~20마일까지 개선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판매 부진으로 오리지널 HUMMER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2008년에는 세계 경제 위기와 휘발유 가격 상승, 환경 이슈 증가로 HUMMER는 위기를 겪게 됩니다.

그러던 2020년 1월, GMC의 유튜브 채널에 전기차로 부활하는 HUMMER EV의 티저가 공개되며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HUMMER EV는 GM의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Ultium)을 적용한 GMC 최초의 순수 전기 픽업트럭이기도 한데요. 디트로이트 전기차 전용공장 팩토리 제로(Factory Zero)에서 생산하며, 2021년 12월 ‘HUMMER EV 에디션 1’ 출시를 시작으로 2022년 가을 HUMMER EV 3X, 2023년 봄 HUMMER EV 2X, 2024년 봄 HUMMER EV2 등 파생모델을 계속 출시할 예정입니다.

또한 HUMMER EV는 세계 최초 고속도로 트루 핸즈프리 드라이빙 시스템인 GM의 ‘슈퍼 크루즈(Super Cruise)’와 4륜 조향으로 뒷바퀴와 앞바퀴를 같은 각도로 회전시켜 대각선으로 저속 주행할 수 있는 ‘크랩 모드(Crab Mode)’를 탑재하는 등 혁신적인 모습으로 많은 기대를 불러 모았는데요. 2020년 10월 실시한 예약 판매는 10분 만에 준비된 1만 대가 매진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여줬습니다.

GMC HUMMER EV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생산한 ‘얼티엄 배터리’가 탑재되는데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가 적용된 이 배터리는 최대 350kW 고속 충전 시스템이 호환되는 800볼트 급 대용량 배터리입니다. HUMMER EV는 이러한 배터리가 제공하는 전력 에너지를 기반으로 GM이 자체 개발한 EV 드라이브 유닛인 ‘얼티엄 드라이브’로부터 추진 동력을 공급받습니다. 1,000마력의 파워를 발휘하는 3개의 모터가 탑재되어 있으며, 제로백(0-60mph) 약 3초, 10분 충전으로 약 100마일 주행, 한번 완충으로 약 350마일 주행이 가능해 동급 픽업트럭 가운데 독보적인 성능과 전비 효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픽업트럭 시장과 배터리 산업의 미래

픽업트럭 시장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조사업체 360마켓업데이트(360 Market Updates)에 따르면 글로벌 픽업트럭 시장규모는 2020년 1,662억 1,000만 달러에서 2026년 말에는 2,077억 2,000만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2021년부터 2026년 사이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3.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성장 요인은 다양합니다. 우선 HUMMER EV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픽업트럭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전기 트럭은 기존의 내연기관 트럭, 특히 디젤 트럭과 비교해 기름, 점화 플러그, 연료 필터 및 기타 소모품 교체가 필요 없어 운영과 유지 보수비가 전기 트럭이 35% 정도 저렴해 소비자 부담이 적습니다. 또한 2021년 11월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서명한 1조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에는 75억 달러를 투자해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 이상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전기 픽업트럭 확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배터리 기술 발전이 시장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터리 팩은 전기 픽업트럭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데요. 전체 구동계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트럭 판매 가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팩 가격은 전기화학 셀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에너지 대 중량 비율, 배터리 수명과 충전시간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전기 트럭의 판매 가격을 낮추고 시장을 견인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1월 얼티엄 셀즈의 제3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밝힌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한편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며 배터리 수요가 커진 만큼 배터리 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에 전기차 생산 비용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던 배터리의 비중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HUMMER EV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얼티엄셀즈는 지난 2019년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50 대 50 지분으로 양사가 각각 1조 원을 출자하여 총 2조 7,0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합작사입니다.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테네시주 스프링힐, 미시간 랜싱에 공장을 건설 중이며 향후 120GWh 규모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인데요. 이는 한 번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 1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다양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적극적으로 시설 확장에 나서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어 점차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픽업트럭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소견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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