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삼
한국 RE100위원회 위원장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4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의 300번째 가입 기업으로 등록되었습니다. RE100의 가입 요건을 보면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도록 되어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친환경 에너지 선도 기업으로서 이보다 20년 앞선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세계 무대에서 우리 기업의 기후 리더십을 보여준 멋진 사례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RE100을 이행해 나갈수록 세계적으로 더욱 의미 있고 강력한 기후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RE100 이행을 통해 실현 가능한 리더십으로는 어떤 모습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RE100의 본질과 비즈니스 리더십
흔히 RE100을 ‘새로운 세계질서’ 혹은 ‘신(新) 무역 장벽’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RE100에 참여하려는 기업들 중 대부분은 수출을 위해서라거나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요구 때문이라고 말하곤 하는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RE100의 본질을 부분만 이해했거나, 현상적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RE100의 본질을 돌아보기 위해, 새삼스럽지만 RE100의 정의를 소개해보겠습니다. RE100을 주관하고 있는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은 RE100을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약속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 한데 모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크게 늘리기 위해 협력하는 이니셔티브”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기업’입니다. 이것은 RE100 가입의 첫 번째 자격조건이기도 합니다. RE100 이니셔티브가 굳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만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아보면 RE100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선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과 정부에 강력한 신호가 됩니다.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확대되고 정부는 기업들이 RE100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을 펴게 된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점이 영향력 큰 기업들이 RE100을 주도하도록 만드는 이유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영향력 있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리더십’입니다.
RE100 이행과 ESG 경영
기업의 비즈니스 리더십은 RE100을 선언할 때보다 RE100의 이행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RE100을 이행한다는 것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얼마나 RE100 또는 ESG 경영의 취지와 부합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샤넬(CHANEL)의 경우, RE100 이행 과정에서 모범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공로로 지난해 ‘뉴욕 기후 주간(Climate Week NYC 2020)’을 통해 ‘RE100 Leadership Awards 2020’에서 수상했습니다.
샤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저소득 가정 3만 세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세대당 한 달에 40~50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직업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공해 감소와 함께 일자리를 창출한 모범 사례로 인정받았고, ‘베스트 커뮤니티 체인지메이커(Best Community Changemaker)’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조달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준 ESG 경영의 모범 사례입니다.
또한 많은 글로벌 RE100 회원들은 자신들의 재생에너지 조달이 전력망(Grid)에 재생에너지 전기를 추가로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RE100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재생에너지에 대한 ‘추가성(Additionality)의 원칙’이라고 부르는데, 물리적 전기와 결합된 인증서(Bundled AEC)를 구매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시설이 더 많이 설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영향력 큰 RE100 회원들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한다는 RE100의 취지에 철저히 부합하는 조달 원칙이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RE100의 이행 과정에는 ESG 경영철학이 실현될 수 있는 RE100 이행 전략이 필요합니다.
RE100과 LG에너지솔루션의 비즈니스 리더십
RE100 참여를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수출이나 투자자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우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를 앞장서 해결하려는 적극적 태도를 견지해야만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고, 해당 산업 분야에서 후발주자의 추종을 어렵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도전적 목표를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야심찬 계획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모범이 되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회사의 ESG 경영철학이 실현될 수 있도록 RE100 전략을 수립하고, 나아가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기후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배터리 산업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은 LG에너지솔루션에 의해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영향력 있는 기업의 ‘비즈니스 리더십’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즈니스 리더십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소견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