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근원을 찾아서 – 망가니즈(망간) 편

우리가 챙겨 먹는 종합 영양제의 성분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금속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들로 철, 아연, 구리, 크롬 그리고 망간 등이 있는데요. 오늘은 이들 중에서도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배터리에서도 안정성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망간’, 즉 ‘망가니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망가니즈라는 표현이 어쩌면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교과서에서도 망간이라 부르던 이 원소는 현재 IUPAC(International Union of Pure and Applied Chemistry,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에서 정한 명명법에 따라 독일식 표기인 ‘망간(Mangan)’ 대신 영어식 표기인 ‘망가니즈(Manganese)’가 학계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망가니즈는 원자번호 25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Mn을 씁니다. 원자량 54.938. 녹는 점 1,247℃, 비중은 7.2입니다. 주기율표에서는 7족에 속하는 단단하나 부서지기 쉬운 은색 금속입니다. 비교적 반응성이 큰 원소로, 공기 중에서 덩어리로 있을 때는 느리게 산화되나 가루로 있을 때는 불이 붙게 됩니다. 물과 반응하여 수소 기체를 발생시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망가니즈는 지각에 3번째로 많이 포함된 금속입니다. 연망가니즈석(이산화망가니즈, MnO2)의 형태로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이는 천연 안료로 2~3만년 전의 석기시대부터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망가니즈는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원소인데요. 생명 활동에 필요한 효소들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망가니즈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망가니즈가 혈액을 응고시키는 인자를 생성하고, 대사 작용을 조절하는 등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7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많은 화학자들이 연망가니즈석에 당시까지 분리∙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원소가 들어있을 것으로 짐작하였는데요. 스웨덴의 셸레(Carl Wilhelm Scheele, 1742~1786)는 1774년에 소금(NaCl)에 황산(H2SO4)을 가해 염화수소(HCl)를 얻고 이를 연망가니즈석으로 환원시켜 염소(Cl2)를 처음으로 분리∙발견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연망가니즈석에 새로운 원소가 들어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동료 간(Johan Gottlieb Gahn, 1745~1818)은 곧 바로 연망가니즈석을 숯(탄소)과 함께 가열하여 산소를 제거해 분순물이 섞인 형태로 금속 망가니즈(Mn)를 분리하였는데요. 고순도(99.9%) 망가니즈는 이보다 약 160년 뒤인 1930년대에 Mn2+ 용액을 전기분해시켜 얻게 됩니다.

1800년대 초반 망가니즈를 첨가하면 철이 단단해지는 것이 발견되고 나서는 중요한 금속 합금 재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1866년에는 MnO2를 양극 재료로 사용하는 르클랑셰 전지(Leclanche cell)가 발명되었으며, 1912년에는 철의 부식을 방지하고 내마모성을 증가시키는 인산 망가니즈 코팅 처리법(manganese phosphating)이 개발되어 아직까지 자동차 부품 등의 제조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 수요가 커짐에 따라 중대형 2차 전지 수요 역시 크게 늘었는데, 중대형 2차 전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양극재의 형태가 바로 망가니즈가 들어가는 NCM(니켈·코발트·망가니즈)입니다. 최초의 NCM은 니켈·코발트·망가니즈 비중이 1:1:1이었으나, 최근에는 니켈의 비중을 크게 높이고 알루미늄을 추가해 안정성을 강화한 NCMA(니켈·코발트·망가니즈·알루미늄)가 개발되는 등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니켈의 함량을 극대화하고 값비싼 코발트는 줄여 원료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망가니즈는 여기서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우리 몸에도, 배터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가니즈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망가니즈와 함께 2차 전지의 양극재에서 어쩌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니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