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LG는 서울 강서구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에서 국내 이공계 석박사 과정 R&D 인재 350여명을 대상으로 ‘LG Tech Conference’를 개최했습니다.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블록체인, 스마트 팩토리 등 총 26개 분야의 테크 세션을 마련해 LG의 기술혁신 현황과 비전을 설명했는데요. 최근 전기차와 배터리 성능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여러 개발 우수 인재의 주목을 받은 세션이 있습니다. 특화 세션에서 전지 소재 개발 동향과 비전을 발표한 양극재 1팀 박병천 님의 발표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리튬 이온 전지와 4대 소재
리튬 이온 전지를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4대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입니다. 이 4개의 소재가 차지하는 재료비 비중이 90% 가까이 됩니다. 이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를 통해 배터리의 가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먼저 양극재는 리튬 이온이 사는 집과 같습니다. 전이금속과 리튬 산소가 결합한 무기 산화물로 되어 있으며, 이 소재 내 존재하는 리튬이 전지에서 제일 중요한 용량과 전압을 결정합니다. 뉴스에서 ‘하얀 석유’라고 부르는 리튬을 처음부터 머금고 있다 보니 가격 비중이 가장 높지만, 재료 설계에 있어 향후 성능 관계를 정확히 유치하기 위해 양극재는 매우 중요한 소재입니다.
음극재는 양극에서 전달하는 리튬을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리튬 이온 저장 시 전자 교환 반응을 일으키며 도선을 따라 전기를 발생시킵니다. 이 전자의 이동량과 속도에 따라 충전 속도와 같은 주요 성능이 달라집니다. 음극재가 더 높은 기능을 발휘하도록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양극재는 리튬을 보관하는 집과 같고, 음극재는 그 리튬을 받아 전지 성능을 내는 일종의 직장과 같습니다. 전해질은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음극까지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회사를 통근할 때 교통수단의 종류와 소요 시간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양극재와 음극재가 아무리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 둘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면 저희가 원하는 전지 성능을 구현하기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의 물리적 접촉을 차단합니다. 전자는 도선을 따라 이동해야 전기 에너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온만 선택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성 폴리머 소재를 활용합니다. 이 폴리머 소재는 리튬을 통과하는 것 외에도 양극, 음극 사이를 정확히 차단해야 하므로 물리적 강성과 내열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지 개발 방향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급속충전/가격/안전성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전지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첫 번째로 에너지입니다. 전기차가 충전을 마쳤을 때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합니다. 특히 온도의 영향을 덜 받아야 하며, 아무리 추워도 이동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가 기존 내연 기관 차량을 많이 따라잡았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가격입니다. 가격은 정책, 원자재의 변동, 기술의 발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로부터 받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지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야겠죠. 가격은 고객 경험과도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1년 전에 산 사람과 지금 산 사람의 가격 차가 크거나, 신차를 구입했는데 가격이 갑자기 뚝 내려가면 고객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연기관과 비슷한 가격까지 내려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확보해 내연기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다음으로 급속충전과 안전성입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최근 ‘퀵 차지(Quick Charge)’와 ‘세이프티(Safety)’가 가장 많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면 운용에 큰 제약이 따릅니다. 더 많은 충전 인프라도 필요하지만, 충전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배터리와 관련된 다양한 사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과 연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개발 히스토리와 주요소재 개발 동향
LG에너지솔루션은 96년 R&D를 시작했습니다. 4대 소재를 꾸준히 개발, 적용해왔으며 캠코더용 리튬폴리머 전지, 원통형 전지, 그리고 전기차용 전지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도전을 이어왔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 부분에서 세계 최초 소재 적용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고, 세계적인 브랜드들과의 협업 및 사업 확장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말씀드린 전지 개발 방향, 특히 에너지와 안전성, 급속 충전과 가격에 대한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세 가지 주요 소재 개발 동향에 대해 간략히 소개드리겠습니다.
먼저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활용한 ‘NCMA 단결정 양극재’입니다. 니켈은 배터리의 용량을, 망간은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알루미늄을 통해 배터리의 안전성을 더하면서, 값비싼 코발트 함량을 줄여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죠.
이어서 ‘Mn-rich 양극재’와, ‘Si계 음극재’입니다. ‘Mn-rich 양극재’는 기존 양극재와 조금 다른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가격이 가장 싼 망간을 60% 이상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배터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높은 안정성과 우수한 성능을 낼 수 있어, 양극재의 분체 특성 개선, 전해질 개발을 병행해 차세대 양극재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Si계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에 비해 용량이 4배 이상 높아, 에너지 밀도를 향상할 수 있습니다. 주원료인 실리콘은 상당히 까다로운 소재인데, 실리콘 자체의 팽창과 같은 주요 문제를 나노 기술을 통해 안전성을 대폭 확보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리튬을 빠르게 저장할 수 있어 급속 충전 성능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고 더 나은 성능과 최적의 밸런싱을 찾는 연구는 오늘도 진행 중입니다. 향후 2~3년 정도 더 개발을 거치면 이를 활용한 전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